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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8.01.16 약 12만자 3,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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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그녀를 사랑하고 말다니…….

기우는 기가 막혀서 말을 잃고 말았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여자를 사랑하다니, 그것도 과실치사든 아니든 사람을 죽인 여자를?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녀, 지윤은 도대체 그의 마음에서 지울 수 없었다. 지독한 악연으로 꼬이고 꼬여서 밀어내고 또 밀어내는 그녀를 잊을 수도 없었다.
결국, 작고 초라한 교도소 안 예배당에서 짙은 하늘빛 웨딩드레스를 입고 곁에 섰던 그의 신부는 그렇게 ‘설지윤’이라는 이름 안에 그를 영원히 가두고 말았다.



-본문 중에서-


여자의 검고 긴 머리는 단정하게 묶어 머리카락 하나 흘러내리지 않았다. 볼록한 이마는 유난히 하얗고 도톰했다. 오뚝하고 높은 코는 주변에서 보지 힘들 정도로 완벽했다. 그 아래로 붉고 유려한 입술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여자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하는 것은 눈이었다. 깊고 푸른빛이 도는 검은 눈동자는 그야말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마치 그의 혼을 앗아가려고 하는 것처럼.

“앉죠. 겁이 나서 도망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아, 예.”

여자는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답지 않게 당당했다. 그가 자신을 훑어본 것에 대해서도 기분 상해하지 않고 담담했다. 보통은 아닐 거로 생각했지만 그의 상상보다 훨씬 더 당당한 모습에 살짝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다. 아름다운 외모에 당당하기까지. 아마도 밖에 우연히 만났다면 한눈에 여자에게 반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보니 어때요?”
“예?”
“모두가 상상하는 살인자에 조폭 두목답지 않게 꽤 그럴듯하게 생긴 외모에 흔들렸나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닌데 왜 그렇게 떨어요? 후후. 그런데 사람은 겉만 보아서는 모르는 법이죠. 어떤 사람인지. 화려한 꽃일수록 독이 강하다는 말도 있고요. 모두가 의심하는 것처럼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살인을 저질렀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여자와 결혼할 수 있겠어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그쪽을 죽여 버릴 수 있을 텐데요? 실수로 가장해서.”
“……!”

그는 여자의 농담에 순간 온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

“호호. 긴장하지 말아요. 농담이니까. 그래서 조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고요?”

그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다음 주 일요일 예배 시간에 결혼식을 진행하는 거로 하죠.”



[미리 보기]


“사랑……해요.”

겨우 열린 입에서 새어 나온 말이었다. 두려웠다. 무서웠다. 자신이 뱉은 말을 책임져야 하기에. 그 말을 꺼내고 나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에게가 아니지만, 그녀의 측근인 조 대표에게라도 꼭 하고 싶었다. 용기 내어 보았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하는 그에게 조 대표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조 대표의 반응이 곧 그녀의 반응일 확률이 높았기에.

“확신은 있어요?”
“예?”
“아니, 다시 묻죠. 그 말에 대한 책임질 수 있어요? 목숨으로?”
“……!”
“우리 두목을 사랑하게 되면……. 그건 어쩌면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사랑할 수 있냐고 묻는 거요.”
“…….”

목숨을 걸 수 있냐는 말에,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는 조 대표의 차갑게 빛나는 눈동자에 그는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 없기도 했지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녀를 사랑하는 일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것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녀의 엄마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녀 대신 죽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임을. 그녀 곁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그로서는 조 대표의 말은 엄청난 것이었다. 공포가 한순간 그를 집어삼켰고 그에게서 목소리를 걸어가 버렸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어쭙잖은 사랑 타령 하지 말고 우리 두목이 놓아줄 때 꺼져요. 돌아보지 말고 열심히 도망치라고요. 붙잡아다 두목 곁에 데려다 앉히게 하지 말고.”
“……!”

조 대표가 실망한 듯 잔뜩 목소리를 낮춰 이죽거린 후 나가 버렸다. 조 대표가 사라지고 난 후 한꺼번에 치밀어 오르던 취기가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더는 술이 들어갈 것 같지도 않았다. 너무 쉽게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었던 자신이 역겨워서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태어나 처음 정신을 잃고도 남을 정도로 마구 마셔댔는데도 걸음걸이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가게를 나선 그는 어두운 밤길을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유독 서로를 끌어안고 걷는 연인이 많았는데 그만 혼자 걷고 있었다. 유난히 사람의 시선을 끌게 생긴 그가 혼자라는 것이 이상했던지 가끔 여자들이 그를 훔쳐보고 지나쳤다. 그러나 정작 그는 그들의 시선조차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이 온통 조 대표가 남기고 간 말들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목차


[열다]
#1. 마주 보고 서다
#2. 부끄럼을 탄다고?
#3. 시작하다
#4. 도망가다
#5. 사랑하고 말았다
#6. 심장이 아프다
#7. 욕망과 설렘 사이
#8. 사랑을 인정한 순간
#9. 두려움Ⅰ
#10. 잔인한 그녀
#11. 두려움 Ⅱ
#12. 그녀의 선물
#13. 배신감
#14. 3년 후
#15. 여전한 두 사람
#16. 해후
#17. 딱 그렇게만…….
#18. 왜 안 되는 거죠?
#19. 진실의 민얼굴
#20. 돌아온 그
#21. 잠시 이대로…….
#22. 다시 3년 후
#23. 오래된 진실
[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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