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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7.05.08 약 12.4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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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펜션 섬을 운영하는 사랑은 존경하는 목이수 작가가 손님으로 온다는 말에 설렜고
마주하게 된 그는 몹시도 뾰족 거리는 상처투성이의 남자였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온통 그로 가득차고 말았다.


죽은 아내 때문에 우울해 보이는 아들을 위해 그는 섬으로 향했다.
자꾸만 시선이 가는 펜션 주인을 만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에게는 너무 어리고 사랑스러운 사랑 때문에 그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도망치듯 돌아와서 보니 그녀는 그에게 습관처럼 온몸에 배어버린 후였다.



-본문 중에서-


“가지 마세요.”

가지 말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냥. 가지 말고 원래대로 와인을 같이 마시자고. 그런데 그녀의 말이 왠지 다르게 들렸다. 마치 그보다 더한 것을 같이 하자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절대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상황 따위 잊고 혼자만의 상상 속으로 여행을 떠난 것처럼 그녀의 말은 다른 의미로 들렸다.
하얀 궁전 같은, 공주가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그녀의 방 은밀한 공간에 나란히 누워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마치 신들이 사는 신계로 돌아가려는 큐피드를 부르는 프시케처럼. 그렇게 농염하게 들렸다.

“다음에 마시지. 와인은. 그리고 교정 수고비는…….”
“아뇨. 와인……같이 마시기로 했잖아요. 교정 작업도 마음에 든다면서 다른 것도 아니고 와인 한 잔 같이 마시자는데 그마저도 안 된다고 하실 건가요? 왜요? 수고비로 돈이라도 통장에 넣어줄 건가요? 그걸 제가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제가 뭘 더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와인만……. 존경하는 작가님과 한잔 마시면서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욕심이에요?”
“!”

위험했다. 그녀의 눈빛은. 더구나 입술은 더 위험했다.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그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젠장. 그냥 대답 없는 그 때문에 재촉하기 위해서일 뿐임을 모르지 않지만, 그 순간의 그녀는 그 어떤 사창가의 여자보다 더 매혹적이고 유혹적이었다. 마치 남자를 유혹하려고 작정한 여자의 그것처럼 붉은 입술을 더 붉은 혀로 살짝 핥는 그녀를 본 순간……. 그는 온몸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리 보기]


“괜찮긴……. 옷도 얇게 입고 얼마나 그러고 서 있었던 거예요? 어머, 손 봐. 발갛잖아요.”

그녀가 덥석 그의 차가운 손을 잡아 비볐다. 순간,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르르 손끝까지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는 감히 그녀에게 잡힌 손을 빼낼 수 없었다.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 것처럼 서서 그녀에게 손을 내맡기고 있어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안 되겠다. 이러다 감기 들어요. 감기로 고생을 해 봐야 매운 이곳 감기 맛을 알게 될걸요. 도대체 아이도 아니고 옷을 그렇게 입고……. 얼른 가요.”

그런데 손을 잡고 비비던 그녀가 무작정 잡아끌고 걷기 시작하자 당황해서 황급히 손을 빼냈다. 그러고 보니 자신 또한 잠옷 바람이었음을 알아차렸다. 파자마 하나 달랑 입고 뭔가에 이끌린 사람처럼 바닷가로 내려왔다. 답답한 속에 찬바람이 들어가자 얼마나 상쾌하든지…….그래서 코끝이 차갑고 손끝이 시려도 모른 채 그러고 서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런 차림이었다고 해도, 그래서 그녀의 따듯한 손에 잠시 정신줄을 놓고 잡혀 있었다고 해도 끌려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처음 손을 잡혔을 때야 당황해서 그대로 있었지만 무작정 끌려가는 것은……위험했다. 겨울 아침 찬바람에 깬 그의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니. 됐어요. 방으로 돌아갈게요.”
“아뇨. 유자청이라도 한 잔 마시고 가세요. 이러고 가면 아침 식사 때쯤이면 영락없이 콧물에 기침하고 앉아 있을 테니까. 리환이도 함께.”
“그, 그렇지만…….”
“뭐예요? 그 표정은. 눈의 여왕에게 잡혀가는 어린 소년의 얼굴처럼 두려움에 떨면서. 설마 내가 작가님을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그래요?”
“아, 아니…….”
“작가님. 제 타입 아니에요. 아니라고 했을 텐데요? 작가님도 제가 타입 아니라고 했지 않아요? 그런데 뭐가 걱정이에요?”
“…….”
“펜션 주인으로서 손님 건강을 신경 쓰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괜히 조심스러워할 필요 없어요. 됐죠?”
“…….”

마치 그의 속을 읽기라도 하는 것처럼 안도하라고 말을 건넸지만, 이상하게 그녀의 말에 안도감보다는 서운함이 몰려왔다.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참 잘도 진심을 토로해 내는 그녀가 살짝 얄미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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