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완결 1권

    2017.04.06 약 12만자 3,500원

이용 및 환불안내

작품소개

아내와 이혼하고 난 후 문득 아내의 방에 들어가 보았다. 텅 빈 아내의 방 안에는 아내의 마음이, 진심이 가득했다.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자신도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자신의 심장에도 아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와 살고 있었음을.

아내는 그곳에서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난 6년을…….

아내를 돌아오게 해야 했다. 아내와 그곳에서 같이 살고 싶었다. 그러려면 아내 앞에 무릎이라도 꿇어야 할 것 같았다. 쉽게 용서해주지 않을 아내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만 있다면 그까짓 무릎쯤이야……했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예전의 착하고 순하기만 했던 아내가 아니었다. 고집불통에다 섹시하기까지 했다. 젠장!




-본문 중에서-


그날. 아내를 처음 본 날, 그 순간의 놀라움이란. 사진으로 본 어머니의 학창시절과 흡사한 모습의 아내를 보며 아버지가 자신을 벌주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닮은 아내를 좋아할 수 없었다. 5억 현금을 조건으로 자신의 집안으로 시집오는 어린 아내를 좋아할 수 없는데 거기다 어머니를 닮은 아내라니……. 그렇게 아내에게 곁을 주지 않았고 그러다 지금처럼 되어 버렸다.
반지르르한 문갑이 마치 제 주인이 없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윤이 흐르고 있어 얄미웠지만 늘 문갑 속에 편지나 돈 같은 중요한 것을 넣어두시곤 했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아내도 그 속에 뭔가를 넣어 두진 않았을까 하고. 그러나 그 안에 꽃잎이 수놓인 편지봉투가 수북하게 들어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수취인이 없는.

“도대체 너란 여자는…….”

누구에게 보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편지 봉투 하나를 들고 선휘는 망설였다. 아내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자신이 그렇게 수없이 보내는 애정 넘치는 시선을 보고도 그 마음을 모를 정도로 둔한 남자는 아니었기에. 그러나 받아줄 수 없고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어서 모른 척한 것이었다. 그래서 수취인이 없는 편지봉투를 보고도 그 편지의 주인이 자신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내는 오롯이 자신만 보고 있었다. 지난 6년을.

“나쁜 놈. 알면서 받아주지도 밀어내지도 않고 그 마음을 즐긴 거니? 후후. 너무했다. 그래서……해안이가 떠난 거구나. 그래서 내가 그만두자고 할 때 그런 얼굴로 앉아 있기만 하다 그러자고 한 거구나. 잔인하고 차가운 놈.”


[미리 보기]


해안은 자신이 뜨거운 불을 삼킨 것 같다는 생각에 몸을 뒤틀었다. 차가운 공기가 필요했다. 후끈하고 뜨거운 공기가 아닌 머리를 차갑게 하고 숨을 쉴 수 있게 해 줄 그런 공기가. 그러나 선휘는 해안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더 단단히 끌어안으며 더 깊이 들어왔다.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옭아매려는 듯.
입술이 쓰라렸다. 선휘의 약간은 거칠고 난폭한 입맞춤 때문에. 그러나 싫지 않았다. 마치 불을 삼킨 것 같이 뜨겁고 쓰리고 아팠지만, 온전히 선휘와 하나가 된 것 같아서 기쁠 뿐이었다. 온몸으로 선휘를 받아내면서 울고불고 매달렸다. 애원하고 빌었다. 그러나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몸으로는 기뻤다. 선휘의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자신에게는 낯설었지만, 행복한 경험이었다.
허리를 밀쳐 올리고 해안의 입술을 삼킨 후 길고 달콤한 신음을 토해낸 선휘가 뜨거운 기운을 해안의 안에 가득 덜어 내고 무너져 내린 후에도 땀으로 범벅이 된 선휘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오랫동안 낯선 여운을 즐겼다.
미끈거리는 몸과 젖은 손길에 다시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아 천장을 바라보고 누운 해안은 오래전 18살의 첫날밤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원앙금침에 홀로 누워 돌아오지 않는 선휘를 기다리다 지쳐 철퍼덕 드러누웠을 때 천장의 벽지 무늬가 왠지 선휘를 닮았다고 생각하며 웃었더랬다. 그때의 해안은 뭘 보아도 선휘로 귀결되는 철부지 신부였다.
그러다 현실에 아파하고 돌아봐 주지 않는 선휘 때문에 상처받으면서 천장을 보면 선휘가 아닌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늘 울고 있는 천덕꾸러기 신데렐라 같은 자신이.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원한 것도 왕자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왕자님과 왈츠를 추는 것일 뿐이었다.
해안도 그랬다. 선휘의 아내 자리를 탐낸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봐 주기를, 그래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랐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지금……. 아내가 아닌 온전히 해안 자신으로서 선휘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이 슬프면서도 기뻤다.

“난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것이 아냐. 그냥 왈츠를 한번 추고 싶었을 뿐이라고.”

혼자 중얼거려보았다. 자신이 원한 것을.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서 어울리지 않는 욕심 많은 신데렐라로 살았던 자신이 안타까워서. 이제야 겨우 왕자님과 왈츠를 출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뻐서. 그러니 만족하고 돌아서야 한다고 다짐하며.

리뷰

매주 베스트 리뷰어를 선정하여, 10,000원을 드립니다. 자세히 보기

리뷰 운영원칙
0 / 300등록

정가

소장

권당 3,500원

전권 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