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문을 열었다.
너다. 결국 너였다.
나를 사랑했던, 내가 사랑했던. 내가 아는 너였다.
그렇게 끝났어야 했을 사이. 다시는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이.
그렇게 너를 떠나보냈던 내가,
너에 대한 증오와 원망으로 네가 없는 시간을 살아 내고 겨우 너를 극복했다 여겼던 내가, 결국엔 다시 네 앞에 서 있었다.
고용인의 익숙한 이름 세 글자에, 결국엔 네 이름 세 글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던 내가 홀리듯 온 이곳에서 너를 마주했다.
나의 바람처럼 어쩌면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를 네 앞에서 나는 가증스러운 접대용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이혼 전문 변호사 고은결입니다.”
“…….”
“당신 남편이 고용한.”
너의 눈동자가 흔들거린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나를 바라보는 절망스런 너의 얼굴 위로 6년 전, 웨딩드레스를 입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의 모습으로 버진 로드를 걷던 네가 겹쳐 내렸다.
“평생 불행해 버려, 시발 년아.”
너를 향해 불행하라고 저주하던 내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6년 전 헤어진 너와 나는 그렇게 다시 만났다, 이혼 전문 변호사와 고용인의 아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