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완결 1권

    2009.08.26 약 22.2만자 4,000원

이용 및 환불안내

작품소개

“맞아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어요.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였죠. 난 두려웠어요. 언젠가 당신이 날 선택한 것을 후회하고, 나로 인해 당신 인생을 망쳤다고 원망할 것만 같았어요. 그렇게 된다면 더 못 견딜 것 같았어요. 원망 받느니 차라리 떠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어요.”
슬픔에 젖은 수림의 턱 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 바보야. 네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아? 왜 네 맘대로 생각하니?” 지헌이 소리쳤다.

“그래요. 당신 착한 사람이니까 날 버리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요, 이건 알아요. 사랑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말이 얼마나 지독한 거짓말인지는요. 날 속이고 당신을 속이는 거짓말이었어요. 그건 속은 썩어 고름이 가득한데, 겉엔 딱지가 앉은 상처 같은 거예요.”

▶ 잠깐 맛보기

“누구세요?”
문 안으로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들어섰다. 어둠을 뒤로 하고 서 있는 남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수림의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새어 나왔다. 지헌이었다.
“오랜만이야. 이런 곳에 살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군.”
현관에 서서 집 안을 훑어보는 그의 시선 끝에 담긴 조소가 수림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수림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엄마.”
긴 침묵을 비집고 지수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 지수! 지수가 무방비 상태로 지헌에게 노출되고 만 것이다. 그의 두 눈은 지수에게 고정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림의 심장은 성난 말처럼 거칠게 날뛰기 시작했다.
“누구야, 엄마?”
지수는 수건 밖으로 얼굴만 빼꼭 내밀고는 호기심 가득 담긴 눈동자를 굴리며 지헌을 쳐다보았다. 그토록 오랜 시간 꿈꾸던 아버지와 아들의 재회 앞에 수림의 가슴은 터질듯이 아파왔다. 뭐라고 대답한단 말인가? 뭐라고? 가시 한 움큼을 삼킨 것처럼 목 안이 찌를 듯이 아파왔다.
“엄마.”
“괜찮아 지수야. ……엄마 친구야.”
결국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순간 지헌의 입가에 차디찬 냉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 이 전자책은 2006년 출간된 [아내]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리뷰

매주 베스트 리뷰어를 선정하여, 10,000원을 드립니다. 자세히 보기

리뷰 운영원칙
0 / 300등록

정가

소장

권당 4,000원

전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