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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3.06.14 약 20.3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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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리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마음을 주지 말걸 그랬습니다….

어릴 적, 혼인을 약조했던 효건과의 혼례를 손꼽아 기다려 온 혜현. 어느덧 16년의 세월이 흘러 혜현은 마침내 효건과의 혼례를 앞두게 되지만 그의 마음속에 다른 여인이 들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효건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쓴 그녀. 하지만 그럴수록 효건의 태도는 더욱 냉담해져만 가고, 껍데기 부부 행세만은 할 수 없었던 혜현은 결국 그에 대한 마음을 접은 채 그를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잠깐 맛보기

“기어이 꼭 가셔야겠소?”

“네.”

역시나 단호하고 짧은 대답을 끝으로 입을 꾹 다문 혜현을 노려보듯 본 효건이 거의 입술을 움직이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럼 내가 함께 가는 것으로 합시다. 세자저하께서도 하루빨리 혼례를 올리라 성화시니 혼례 올리기 전에 빙부, 빙모께 인사를 가야 한다 여쭈면 며칠 말미를 주실 게요.”

“싫습니다!”

혜현이 단칼에 그의 제안을 잘라 내 버리자 효건이 ‘훅!’ 하고 격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왜?”

화가 난 효건의 물음이 방 안에 음산하게 퍼졌다. 그러나 혜현은 그의 감정엔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 무심하면서도 단호하게 내뱉었다.

“제가 왜 도련님과 함께 그 먼 길을 가야 한단 말입니까? 혼례를 올리기 전에 온전한 여씨 가문의 딸로 부모님을 뵙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혜현이 말을 흐리자 효건이 냉랭하게 재촉했다. 잠시 더 시간을 끌던 혜현이 원망이 가득 찬 눈동자로 효건의 눈을 똑바로 맞추며 천천히 한 음절 한 음절 음미하듯, 각인시키듯 말했다.

“도련님께서 설혹 저의 부모님을 찾아뵌다 한들 그분들이 기뻐하시겠습니까? 여섯 살 어린 것을 홀로 두고 떠나셨으니 그간 저의 모든 것을 굽어 살펴보고 계셨을 것을요. 어느 부모가 자신의 무남독녀 외딸의 팔자를 까막과부의 신세조차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 사위를 보고 싶어 한답니까? 전 그리는 못합니다. 아니, 하지 않을 것입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가슴에 대못 치는 일 같은 것은 말입니다.”

효건은 뭐 뀐 놈이 성낸다더니 오히려 단 한 마디 변명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 혜현의 말에 화기가 불쑥 치밀어 올랐다.

“밤낮으로 사서삼경이니 하다못해 병서며 의서며 서책이란 서책은 모두 탐독하더니 정작 아녀자가 꼭 읽어야 할 예기(禮記)는 아직 읽지 못한 모양이오. 읽었다면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있음을 모르진 않을 터!”

효건이 차가운 기운을 내쏘며 말했다. 그러나 혜현은 입가에 그린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미소가 더욱 방 안 공기를 얼리는 것 같았다.

“칠거지악이라 하셨습니까? 그럼 삼불거(三不去)도 아시겠지요. 돌아갈 친정이 없거나 함께 부모의 상(喪)을 지냈거나 시집왔을 무렵에는 가난했다가 현재는 부귀하게 되었을 때는, 지어미를 내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요.”

혜현의 또박또박한 대꾸에 할 말을 잃은 효건은 더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얼얼했다.

“당신 참!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미처 몰랐군.”

효건의 허탈한 말투에 혜현이 쐐기를 박았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도련님께서 저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더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지요.”


▶목차

들어가는 이야기
등잔 밑의 어둠이 모든 것을 삼키려 들다.
살랑이는 봄바람에 묻어온 향기가 사내의 춘정을 일깨우다.
더는 흘릴 눈물 따위 있을 리가 없다.
마음자리 비우려니 곁자리를 먼저 버려야 하리라.
또다른 인연을 만나다.
진정 정인(情人)이런가?
인연의 얽힘이 더욱 깊어지니 어찌할까.
용과 호랑이가 만났으니 어찌 난투가 없겠는가.
사내의 어설픈 사죄에 마음은 복잡하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그 말이 증명되다.
해가 뜨면 천지(天地)가 밝아지니 보이지 않는 것이 없도다.
썩은 물보다 더한 악취(惡臭)는 썩은 마음에서 풍기는 악취(惡臭)로다.
싹트는 사내의 연심(戀心), 닫힌 지어미의 마음에 마음 졸이다.
집착(執着)은 불행을 불러오고, 그 불행은 지어미의 가슴에 생채기만 더하는구나.
부드러운 버드나무 가지가 그 강함을 드러내다.
선(善)의 끝은 없어도 악(惡)의 끝은 있다 하였느니.
새벽이슬이 첫 햇귀에 빛나니 그 아름다움을 무엇에 비할까.
시작은 늦었으나 그 깊이 날로 더하는구나.
사람의 진심을 배신하는 것보다 더 큰 죄악(罪惡)은 없도다.
새벽이 가까울수록 어둠은 깊다.
나오는 이야기

* 이 전자책은 2008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해밀〉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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