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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6.07.14 약 19.8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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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주서린: 물리치료사.

결혼이라는 게 이렇게 참는 건만이 능사가 아님을 왜 그때는 몰랐을까?
이 사람만 있으면 시어머니의 구박도 그와 헤어져 있는 이 현실도 모두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혼하고 말았다. 이미 전남편이 되어버린 은우 는 이혼하자는 그녀의 말에 너무나 쉽게 그러자고 했다. 그 이후 그녀에게는 더 이상의 남자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과거까지 알고 있는 한 남자가 그녀의 인생에 다가왔다. 이 남자를 자신의 인생에 들여놓아야 하나 고민하던 그 찰나 그녀를 쉽게 보내줬던 전남편이 다시 그녀를 찾아왔다.


서은우: 사진작가

아내가 그와의 결혼을 버거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만이 그와 서린이 결혼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자신의 노력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서린이 이혼을 하자고 했다. 자신도 더 이상은 이 낡은 끈을 잡고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떠나간 후 자신만이 이 결혼을 참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후회가 된다.
다시 그녀가 그의 곁으로 돌아오게 만들 생각이다.


류준열: 통증 클리닉 의사

처음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데 그녀가 점점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 어떻게 보듬어 줄까? 이렇게 친구의 탈을 언제까지 쓰고 바라보기만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예기치 않게 그녀가 이혼을 하고 다시 세상 밖으로 홀로 나왔다.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그는 굳게 믿었다. 다시는 전남편이라는 작자에게 그녀를 보내지 않아야 했다.



-본문 중에서-


“우리 이혼해.”
그녀의 말에 은우의 얼굴이 굳어지는 게 보였다. 이해한다. 아무리 서로 다투고 힘든 결혼 생활을 했어도 그녀의 입에서 이혼이라는 단어가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이혼?”
“응.”
카페에 흐르는 아델의 Hello가 왜 이리 슬프게 그녀에게 들려오는 걸까.
“꼭 그래야 해? 정말 당신이 원하는 게 그게 맞아?”
분명히 당황했을 텐데도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떨림이나 감정이 나타나 있지 않았다. 그런 그와 서린은 10년이라는 세월을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서 지냈다.
“그러고 싶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굴 탓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지금처럼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내는 건 서로에게 해만 되는 일이야. 우린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데 서로 편하지 않은 사람들이 한 공간을 공유하면서 사는 거, 더 이상은 안 하고 싶어.”
생각보다 말이 담담하게 나와 주었다.
“나한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그럼 그렇게 해. 내가 당신한테 먼저 말을 꺼내는 게 맞는 거야. 그동안 당신도 나하고 사느라 많이 힘들었을 거야.”
서린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마음을 마지막으로 토해 냈다.
“나하고 더 이상은 살고 싶지는 않다는 얘기잖아? 이미 결론지어 놓고 나한테 통보하는 거네.”
은우의 단정 짓는 말에도 서린은 반박의 말을 하지 못했다. 그의 말이 맞는 말이니까. 그의 말처럼 그녀는 이미 그와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가 자신을 멀리하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지면서 서린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은 이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안아 줄 기력마저 없다는 걸. 항상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 주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는 서린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은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는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은 그 또한 많이 지쳐 버렸다는 얘기였다. 서린은 혹시나 그에게서 먼저 그만하자라는 말이 나올까 점점 두려워하고 초조해할 바에야 자신이 먼저 그를 놓아주기로 했다. 그에게서 버림받고 살아갈 용기가 없어 그녀가 먼저 그를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어쩌면이라고 기대했던 그녀의 기대마저도 그는 가뿐히 무시하며 그녀의 말에 담담하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얘기했다.
“사실은 당신도 그러고 싶은 거잖아. 10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지내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게 있어.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당신이 내 생각을 다 안다고? 훗.”
그가 짓는 저 비릿한 웃음마저도 이제는 놓아주어야 했다.
“음, 요즘엔 이혼해도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더라. 외국 사람들처럼 너무 쿨하게 같이 여행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 친구를 소개할 수는 없겠지만 어쩌다 만나서 식사나 커피 정도는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우린.”
“…….”
“뭐, 내가 지금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게 아니라. 만약에, 만약에 가능하다면 그러자는 거지.”
은우가 아무 말이 없자 서린은 그가 바로 이혼하자고 대답할 것 같아 먼저 얘기를 꺼냈으면서도 그의 대답이 두려워 두서없이 아무 말이나 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혼하면 내가 당신을 절대 친구로 만날 일은 없을 거야. 난 전 부인과 친구 할 정도로 그렇게 아량이 넓은 사람이 아니니까.”
그의 말에 서린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걸 느끼고 그녀는 눈을 계속 깜박거리며 제발 눈물이 흐르지 않기를 바랐다.
“여보? 나도 이런 말 하는 거 편하지 않아. 하지만 행복하고 편해야 할 집이, 가정이 생각만 해도 숨 막히고 불안하게 만드는 곳이면 안 되잖아. 응?”
“너한테는 나하고 있는 공간이 그런 거였구나. 그럼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네.”
잠시 말을 끊었던 은우가 결심을 했는지 말을 이었다.
“그래, 이혼하자. 서류는 빠른 시일 내가 당신한테 보낼게. 그리고 집은 당신이 그냥 살도록 해. 난 스튜디오 근처에 다시 얻으면 되니까. 물론 나하고 같이 생활했던 공간이 참을 만하다면 말이야. 어쨌든 집을 팔든 아니든 당신이 알아서 해.”
말을 마친 그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갔다. 그와 동시에 눈을 감자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잘 했어. 주서린. 잘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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