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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5.09.02 약 9.9만자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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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오자유. 사춘기도 건너 뛴 열혈 공학도.

고결. 최고대 공대의 신급 인기 교수.


어느날 가슴 속으로 뛰어든 변신미녀에게 영혼이 흔들린 학구파 미남 교수의 아슬아슬 연애기.



본문 중에서.



-우당탕.
튀어나오듯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아찔한 향기가 고 교수를 덮쳤다.
-덥석.
고 교수는 자신의 품으로 날아든 여자를 부둥켜안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오래 살지도 않았지만 여자가 품속으로 날아든 건 난생처음이었다. 여자가 물러설 때까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밀어내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머리가 복잡해질 때였다. 여자가 후다닥 물러서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교수님.”
고 교수의 머리가 다시 혼란과 정리의 작업에 휩싸였다.
“누구?”
“…….”
“혹시?”
“예, 접니다.”
앞에 있는 여자는 키와 체형으로 볼 때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그 학생이었다. 하지만 공통점은 그게 다였다. 그녀의 변신은 거의 유기체의 본질을 벗어나고 있었다. 물질이 변형을 일으킬 때는 본래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게 변하는 것과 완전히 혼합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유기체는 자신의 원형을 유지하려 하는 게 습성이다. 그녀는 룰을 위반하고 있었다.
“진짜 자……넨가?”
자유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려고 하다가 올백으로 말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가 콘크리트처럼 굳어져 있음을 발견하고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그때 다시 문이 벌컥 열리고 누군가 튕겨지듯 나왔다. 고 교수는 문득 어쩌면 이 집의 문 근처에는 용수철이 붙어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구두…….”
튕겨져 나온 평화가 손에 구두를 든 채로 입을 벌리고 고 교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 같지 않은 수려한 고 교수의 외모를 바라보는 평화의 입이 점점 벌어지다가 눈에서 광선이 나올 듯 반짝일 때쯤 고 교수는 자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발에는 굽이 낮은 검은 단화가 신겨져 있었다. 편해 보이는 신발이었다. 하지만 젊은 아가씨가 손에 들고 있는 구두는 위협적일 만큼 높았고, 위태로워 보이는 가는 굽이 달려 있었다. 평화는 인사 삼아 고 교수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다.
“그렇게 신고 가면 흉 봐. 안 가는 것만 못할 거야.”
엄청난 변조가 이루어졌지만 아까 울렸던 쨍하는 목소리의 주인이 틀림없었다. 여자들의 목소리는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엄청난 데시벨의 차이를 보인다는 걸 고 교수가 몸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흉본다는 게 걸린 건지 아니면 안 가는 게 나을 거라는 게 걸렸는지 자유는 평화의 손에서 구두를 낚아채어 순식간에 바꿔 신는 신속함을 보였다. 그녀의 키가 쑤욱 올라갔다.
“우와! 대박.”
평화의 말에 고 교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 교수의 절대치감(훑어만 봐도 사물의 사이즈를 미세한 차이로 맞추는 장인만이 가진 감각 -단 고 교수의 경우 사물에 한정됨)에 의하면 구두는 딱 십오 센티였다.
“죽인다.”
십오 센티가 커지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유기체가 뿜어내는 아우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고 교수였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그 무엇이 고 교수의 눈에도 확실하게 전달되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저런 위험한 걸 신고 걸어야 한다는 거였다. 자유는 지금도 비틀거리고 있었다. 자유가 목숨에 대한 위협을 느끼는 사람처럼 회의적이며 공포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이걸 신고 걸을 수는 있는 거니?”
딱 고 교수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
자유와 고 교수는 평화의 입을 바라보았다.
“…….”
평화는 자유의 발목을 심각하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훨씬 균형 잡기가 편할 거야.”
“그건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해당 되는 설명이잖아.”
날카로운 자유의 반박에 고 교수의 고개가 긍정의 끄덕임을 보이고 있었다. 평화는 고 교수까지 자신을 불신하는 것 같이 보이자 강하게 한마디 했다.
“구두 신고 못 걷는 여자는 없어.”
고 교수가 반론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주장이었다. 고 교수는 자유의 의견이 궁금했다.
“정말?”
그녀도 모르는 이론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짧은 확인에는 의심의 뉘앙스가 가득 묻어 있었고 고 교수도 자유의 의심에 대폭 공감이었다.
“그래 여자라면 유전자에 힐을 신을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그랬어.”
“?”
“?”
고 교수는 대체 누가 그렇게 말했냐고 묻고 싶었다.
“대체 누가?”
고 교수의 의문을 제대로 짚어주는 나이스한 자유였다.
“샤넬이.”
“정말?”
“못 믿겠으면 직접 전화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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