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인.”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엉겨들며 뒤죽박죽 나열됐다. 하지만 나지막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태건의 목소리에 해인은 엉켜든 생각을 멈추고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나한테 연민, 동정 그런 걸 원했니?” 굳어버린 듯 미동도 없던 태건이 팔을 붙잡은 채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에 반걸음 뒤로 밀린 해인은 철문에 등을 기대어 섰다. “기대할 수 있는 게……그것뿐이었으니까요.” 바닥까지 보길 원한다면 보여주겠다고. “난, 윤해인한테 연민, 동정 그런 거 못 줘. 나는……, 너한테로 가는 길밖에 안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