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만은 제 안의 동요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혼을 통보했던 그 날처럼, 초연하고 담담한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 그래야만 임희승이 저 까만 눈으로 내 속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완벽한 남자가 되어 다시 나타난 그는, 고작 손짓 한번. 눈길 몇 번에 또다시 내 마음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나랑 종종 봐요.” “뭐?” “아, 혹시 불편한 건가? 내가 신경 쓰여요?” “내가 널 신경 써야 하는 거야?” “섭섭하네. 나는 무척이나 신경 쓰이고 거슬리거든. 그러니까 종종 보자고, 누나가 내게 아무것도 아니란 확신이 들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