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덩굴장미 만개한 이 집엔 개차반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생긴 건 곱상한데 입만 열면 밉상인 한찬영은
타고난 진상 짓으로 강용희의 인생을 쥐고 흔든다.
“내가 기라면 기고, 튀어 오라면 튀어 오고. 어?”
열두 살의 어느 여름 즈음엔
키우는 개인 양 목줄을 잡고 휘두르고,
“나 좋아한다고 말해 봐. 그럼 순순히 가 줄게.”
열일곱의 어느 여름 즈음엔
당장 내놓으라는 양 마음을 붙들고 헤젓더니,
“다시는 굴 파고 들어가지 마.
화가 나도 내 옆에서 화내고, 울고 싶어도 내 옆에서 울어.”
열아홉의 어느 여름엔
기어코 같이 흔들려 주기까지 한다.
“넌 나한테 제대로 걸린 거야.”
속수무책으로 나부끼던 용희가
싱그러운 장미 향을 등지고 떠나려는 줄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