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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21.02.08 약 9.5만자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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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재하야…….”

닿을 수 없는 말들.
잠시 기억을 덮은 물결의 발걸음이 그때 그 건물 앞에 닿았다. 여기였던가, 저기였던가. 아스라진 추억의 한 자락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미친 듯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린 긴 이별 중이었다.

*

“나 안 보고 싶었어?”

해맑은 물결의 말에 재하가 슬며시 웃었다.

“기다려 줘서 고마워. 존중해 줘서.”
“고맙긴. 보고 싶었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하니.”
“김물결. 미치도록 안고 싶었어.”

본인이 말하고도 쑥스러운지 재하가 웃었다. 가면 갈수록 이런 낯 뜨거운 말을 점점 능숙하게 하는 재하.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볼은 눈치 없이 연분홍빛을 띠었다.

“우리 오늘은 작정하고 걷기로 했으니 실컷 걷고 실컷 먹자. 삼청동 거리 배회!”
“오케이. 네가 좋아하는 고르곤 졸라 피자랑 까르보나라도 먹고. 전에 거기 가보고 싶다고 했잖아.”
“으응. 좋아.”
“귀 빨갛다.”

물결의 귀를 두 손으로 스스럼없이 감싼 재하가 그녀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렀다.

“잠시만.”

자리를 비운 지 5분도 안 돼서 재하의 손에 들린 귀마개는 물결의 귀를 따뜻하게 감쌌다.

“토끼 같아. 하얀 토끼.”
“너도 춥잖아.”
“춥긴. 내가 너 지켜 줄 거야.”
“허풍은.”

허풍일지라도 좋았다. 그때는 모든 게 좋아서 녹아내릴 것처럼 온전히 설렜다.
그는 더 이상 내 옆에 없었다.
이별 통보도 그 어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는 내 곁을 떠났다. 이젠 내 꿈엔 온통 재하가 끈질기게 나왔다. 봄날은 매정할 만큼 잔혹했다.


#추억

#덧칠

#너무아픈사랑은사랑이아니었음을



[미리보기]


“물결아.”

잘못 들은 걸까.
호흡이 가빠 온다. 정말 잘못 들었나.

“물결아…….”

듣고 싶고 갈망했던. 다정하게 그녀를 불러 주는 그의 목소리. 그를 찾아서 정처 없이 떠돌았던 그 거리들. 곱절의 시간만큼 아파했던 날들도 지금 이 순간이면 족하다.

“……응.”

분명 날 불렀어.
와락.
순식간에 재하의 품에 안긴 물결이 들고 있던 작은 종이가방을 떨어뜨렸다. 온몸에 힘이 다 빠진다. 정기가 빠져서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꽉 안고 있던 재하의 품에서 그의 심장 소리도 생생히 들린다.
4층이 열리는 소리에도 두 사람은 좀처럼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문이 다시 닫히고 조금 뒤 또다시 열리자 물결이 새삼 정신을 차린 채 그에게서 몸을 살짝 빼냈다.
재하는 울고 있었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만 흘러나왔다.

“미안하다.”

그토록 원한 그의 한마디.

“다 울었어? 이재하 알고 봤더니 나보다 더 울보네.”

물결이 애써 덤덤하게 재하의 눈가를 닦으며 그를 놀려댔다.

“내일은 새로운 날이야. 지난 일상은 잊고 싶으면 잊으면 돼. 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기.”

진심이었다. 그 어떤 이유도 원인도 찾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그저 나아가고 싶을 뿐.




작가소개



김나래(느린오후)


출간작

[선 왕조의 막내 옹주]
[물빛]
[밤그늘]
[안개주의보]
[덧칠]

출간 예정작

[정류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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