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완결 1권

    2014.05.12 약 5.6만자 2,500원

이용 및 환불안내

작품소개

발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처음엔 그의 손길로, 다음엔 톡톡한 담요로.
내 두 발이 칭칭 감싸였다.
“수안 오빠.” 그가 내 발 아래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나, 잠들었었나 봐.”
“음.”
“그런데, 발을 왜 이렇게 해놓은 거야?”
무의식 속에서 편안히 걸어 나온 반말 때문일까.
그가 나를 지그시 들여다본다.
“따뜻하라고?”
“그래.”
“내 신발은?”
“벗어던졌어.”
“내가?” “……잠결에.”
“잠결……에?”
말없이 나를 지켜보는 눈. 그의 두 눈을 마주 들여다보고 있으니,
불현듯 어떤 조각들이 반짝거린다. 한밤, 맨발로 차가운 땅을 디디며
정처 없이 헤매 다니는 나. 악몽에서 깨어나 돌아오면, 온통 시리고 아프던 발과 몸.
그 때 지금처럼 이렇게 지키듯 내 눈을 들여다보며 그가 말했었지.
“괜찮아.”
모래투성이의 두 발을 정성스레 닦아주고, 시리지 않게 폭신한 양말을 신겨주고,
침대에 가지런히 눕혀 이불을 목까지 끌어다 덮어주면서, 다시 한 번.
“괜찮아.”
아슴푸레한 기억이 현실과 겹쳐지며 목으로 울컥 울음이 차오른다.
“수안 오빠. 언젠가, 나, 이런 적, 있었던 것 같아.”
그러나 꿈결이라기엔 너무도 선연한 그 정경이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 때도 지금처럼, 수안 오빠가 나를, 이렇게 지켜보…….”
“그런 적 없어.” 그의 목소리는 단호함을 넘어서서 꾸짖듯 호되다.
그는 눈길조차 내게서 떼어내 버렸다. 매몰차게.
“있어, 있었…….”
급발진. 내 말을 삼키고서 차가 위태롭게 휘청거렸다.
나를 데리고 으르렁거리듯 앞으로 달려가는 차.
점점 흐려지는 억새밭, 바다, 그리고 하늘.
나는 그가 덮어준 담요를 얼굴로 바짝 끌어올렸다.

김지운의 로맨스 장편 소설 『이안류』.

리뷰

매주 베스트 리뷰어를 선정하여, 10,000원을 드립니다. 자세히 보기

리뷰 운영원칙
0 / 300등록

정가

소장

권당 2,500원

전권 2,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