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완결 1권

    2014.04.14 약 15.7만자 3,500원

이용 및 환불안내

작품소개

[강추!]
“날 불러봐.”
이제는 눈물 흘리는 걸 용납할 수 없어 지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절대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깨문 입술에,
하얗게 질리도록 꼭 쥔 손마디에 어렸다.
“불러봐.”
형준이 다시 한 걸음 다가섰다. 지윤이 한 걸음 물러섰다.
그렇게 뒤로 물러나던 지윤의 등에 차가운 나무가 닿았다. 지윤은 복받치는 감정에 거칠어진 숨을 내뱉었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관자놀이 바로 옆을 짚었다. 뜨거운 손.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보이지 않는 감정이 파도가 되어 격렬하게 부딪치다 소용돌이처럼 뒤엉켰다. 태산처럼 조용하게 폭풍처럼 격렬하게.
다가가고 싶은데 다가갈 수 없는 여자와 도망가기 싫은데 도망가야 하는 남자가. 형준은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차갑게 내려앉은 공기가 피부를 찢어버릴 것처럼 파고들었다. 그리고 지윤은 깨달았다. 모든 격정과 모든 혼란, 그 한가운데서 그녀는 지금 자신 앞에 서 있는 것이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남자라는 것을. 그 순간 입술이 입술을 덮었다. 여린 입술을 가르고 들어온 건 낯선 감각이었다. 조금 더 폭력적이고, 조금 더 격렬한. 저도 모르게 주저앉을 뻔했는데 팔 아래도 들어온 단단한 팔이 그러지 못하도록 몸을 지탱했다. 그 팔은 등 뒤를 감아 올라 머리까지 단단히 받쳐 않았다. 더 이상 뜨거울 수 없을 것 같은 입술이 그녀의 뺨을 쓸고, 목덜미 깊숙이 박혔다. 맥박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맥박의 온도조차.

신해영의 로맨스 장편 소설 『열일곱 번째 계절』.

리뷰

매주 베스트 리뷰어를 선정하여, 10,000원을 드립니다. 자세히 보기

리뷰 운영원칙
0 / 300등록

정가

소장

권당 3,500원

전권 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