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당신을 사랑할래요.
다시 만난 첫사랑.
솜털 같이 부드럽고 햇살 같이 따스하던 그는 얼음보다 차갑고 칼날보다 날카롭게 변해버렸다. 어두운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그를 구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러니 이 마음은 숨기겠어요….
▶ 잠깐 맛보기
"당신 누구야?"
"저어…,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기로…."
어렵게 꺼낸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 말을 다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아주, 사람을 피를 말려 죽일 작정이군. 분명 가방을 싸서 들어왔을 테지?"
그는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잘도 그녀의 가방을 찾아냈다. 그리고는 낮에 수민이 정리해 놓았던 옷을 모두 꺼내 닥치는 대로 가방에 쑤셔 넣었다. 수민은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저어, 제 급료 때문에 그러신다면 그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이미 어머니께서."
가방에 마구잡이로 옷을 쑤셔 넣던 경훈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는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
"뭐? 돈까지 받아?"
"물론이죠. 돈 안 받고 이런 일 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
"아주 당연한 것처럼 말하네."
당연하지 않음? 왜 여자들이 보수도 안 받고 이 집에서 일하리라 생각하는 걸까? 너무 충격을 받아서 머리가 어떻게 되기라도 했나? 수민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대체 당신 같은 여자를 어디서 구하신 거야?"
"정보지에 광고를 내셨어요."
"맙소사! 더 이상 뭐라고 말이 안 나오는군. 아버지 돌아가신 후로 노인네가 완전 망령이 나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