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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6.09.01 약 17.9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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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너에 대해 나보다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어.”

투덜거리고 토닥거리면서도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친구도 연인도 아닌 남녀.
태어날 때부터 함께 지냈다.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한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서로를 마음에 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엉켜 버린 그 밤,
앞으로 영원히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음을 알아 버렸다.
그들 사이에 그어져 버린 선을 절대로 잊어서도, 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친구’로는 있으되 결코 ‘연인’은 될 수 없음을.

이제 정말 하고 싶다, 사랑.


- 본문 내용 중에서

“태영아, 말해 봐. 넌 우리가 이대로 계속 살길 바라? 그냥 친구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너랑 나, 무덤덤하게 속고 속이면서 살길 원해? 서로의 곁에 사랑하지 않는 사람 하나씩 세워 둔 모습 매일 보는 그런 삶을 바라는 거야?”
그녀의 입은 준하의 간절한 애원에도 꾹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졌으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난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너야말로 이제 그만해.”
“박태영!”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이겨 낼 자신이 없으니까.
“지금 넌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감정 과잉 상태야.”
태영은 아직도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음은 물론이고 육체적으로 지독히 준하를 갈망해도 벗어나지지 않았다.
“감정 과잉?”
“그래. 네 감정을 나한테까지 강요하지 마.”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내가 고작 감정 따위에 휘둘려서 이러는 거라고? 이토록 긴 시간을 고작 감정 과잉으로 생각하느냐고!”
“몰라!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럼 네 마음은! 나는 감정 과잉에 미쳐 날뛴다 치고, 넌! 넌 어떤데?”
“네 오해야. 난 지금까지 널 친구로 생각했어. 초콜릿이 좋아서 유학을 갔고, 배울 만큼 배웠으니까 돌아온 것뿐이야. 그걸 확대 해석한 건 너라고.”
“마음 따윈 전혀 없다, 그 말이지?”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그녀를 아프게 했던 마음도 조용히 사그라지겠지, 아님 변해 버리거나. 두 경우 다 지금으로서는 슬펐다.
“그럼 증명해 봐.”
“뭐?”
“나랑 사귀면서 아무것도 없는 네 마음을 증명해. 물론 내 마음이 고작 감정 과잉 상태에서 일어난 무의미한 짓이라는 것도 네가 증명해.”
“그, 그게 무슨…….”
“머리 굴리지 마. 머리 굴려도 이젠 소용없는 짓이야. 난 내 마음 더는 숨길 생각 없고, 넌 그런 날 상대하기 싫다면 증명해 내면 돼. 간단하고 아주 쉬운 일이야. 그렇지?”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그녀를 끈질기게 응시했다.
“내가 그걸 증명해 내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건데? 아니, 그게 무슨 의민데?”
“의미 따윈 중요하지 않아. 난 나를 설득할 증거가 필요한 것뿐이니까. 그리고 설득력이 있다면 당연히 두 손 들고 너한테서 떨어질 거니까. 네가 이 집을 떠나 어디서 살건, 누구와 사귀건 다시는 간섭 따위 하지 않는 삶, 그걸 나도 원하니까. 그럼 더는 너하고 내 인생도 얽히지 않고, 이 끔찍하고 지독한 고통도 멈추겠지. 어때?”
궤변에 가까운 비논리적인 주장이었다. 하지만 태영은 반박 대신 준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도 그녀를 조용히 바라봤다.
“대답해, 박태영.”
태영은 막막했다. 하지만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반응했다.
“시, 시간을 줘.”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이라면 그만해. 분명히 말했지…….”
“최소한의 시간이야. 내일 얘기해. 이 순간 꼭 답을 원한다면, 네 제안에 대한 내 답은 거절이야.”
겨우 생각해 낸 알량한 술수를 준하가 비웃었지만, 절박하기는 태영도 그 못지않았다.
“내일까지 기다리거나, 이 자리에서 내가 낸 결론……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건 물론 네 자유야. 하지만 여기서 날 더 몰아붙이면 너도 다시 보게 될 거야.”
주춤거리며 뭔가 할 말을 생각해 내려던 준하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렸다. 그가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태영이 의자에 털썩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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