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피로써 피의 족쇄를 벗어나리라
피의 계약에서 시작된 아픈 저주는 오랜 세월 동안 핏줄에서 핏줄로 이어져 내려오며 한 인간의 몸과 마음을 무자비하게 지배하였다. 그리고 그 저주는 3백년 후 무영이라는 이름의 여아에게도 전해지고, 무영은 그 괴로움의 천형을 안고 태어나게 된다. 아이는 탄생과 함께 작은 가슴에 흉측한 낙인을 찍게 되고 속박이라는 괴로운 삶을 짊어지게 되지만, 주인인 경후를 만남으로써 동시에 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열쇠를 쥐게 되는데…….
▶ 책 속에서
“어찌 그럴 수가 있었느냐! 내 어머니가 이미 목숨을 끊었고 경채까지 그 뒤를 따르려고 하고 있었는데, 어찌 너는 그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고 나올 수 있었느냐! 네게는 한 줌의 동정심도 없는 것이더냐! 너도 내 아버지처럼 잔인하고 차갑기 그지없는 사람이 된 것이더냐!”
“나리가 명하지 않으신 일이지 않습니까? 나리도 잘 아시다시피 그림자는 주인의 명령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요.”
“무영아…….”
한동안 말을 잊고 있던 경후가 갑자기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피로한 한숨을 내뱉듯 무영의 이름을 불렀다.
“네가 정말 짐승이 되어 버렸구나. 사람의 목숨이란 것이 그리 하찮게 느껴질 만큼 네 마음이 짐승의 것이 되어 버렸구나. 이렇게 네가 내게 복수를 하는구나.”
경후의 한숨 섞인 말에 무영이 비릿하게 웃었다.
“나리. 소인은 원래부터 짐승이었습니다. 그리 태어나지 않았습니까.”
자신의 말에 묻어나는 씁쓸함에 혀를 찬 무영은 다시 경후에게서 등을 돌렸다.
* 이 전자책은 2008년 출간된 <그에겐 그림자가 없었다>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