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결코 다정다감한 상사는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흔한 점심 한 번 같이해 본 적 없지만,
되도록 그의 단 한 명의 비서로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다.
“잘 지내셨어요?”
아현이 뒤늦은 안부를 물었다.
“아니요. 잘 못 지냈습니다.”
허탈함이 역력한 그의 말이
연기처럼 공기에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정 비서님.”
“네.”
“정 비서님의 기억속에 좋은 상사는
나 하나였으면 싶은데. 과분한 욕심입니까?”
재열의 목소리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쇼윈으로 돌아오시죠. 제겐 당신이 필요합니다.”
유난히도 짙고 깊은 그의 눈동자가
그녀를 두 눈에 꽉 담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결코 놓치지 않을 거라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