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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눈이 부셔 살짝 찡그린 눈빛으로 통창 밖을 보는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근사했다.
기부차 대학 병원을 찾은 연예인 몇몇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보았던 잔뜩 꾸민 그들보다 눈앞에 앉은 그가 훨씬 연예인 같았다.
멋져 보이려고 갖은 애쓴 티를 내던 연예인들과는 달랐다. 힘을 쫙 뺀 표정도 시선이 끌려갔다.
돈을 가지고 사기를 치려면 이만큼 치명적인 매력은 있어야 하는구나, 어제부터 연거푸 그 생각만 들었다.
이런 남자를 유혹해 곤경에 빠뜨린다는 얼토당토않은 계획까지 세웠다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도리어 그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11월에 죽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슬픈 기분 따윈 들지 않았었다.
그저, 올 게 드디어 왔구나 생각했을 뿐.
그가 사기꾼만 아니었어도, 그녀 딴에는 죽기 전 선물처럼 장재민이 참 좋은 기억으로 남을 텐데 말이다.
이 사기꾼이 날 내장까지 탈탈 털고 싶어도 난 장기가 다 약해서 이식도 안 된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겁이 안 났다.
최소한 잃을 게 남아 있다면, 계속 산다면, 그녀 대신 책임질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사기꾼이라는 존재 자체에 겁이 났겠지.
죽음을 목전에 둔 한수아는 그가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가 그녀에게 땡전 한 푼 털어먹을 게 없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짐짓 궁금할 지경이었다.
어쩌면 그게 가장 최고의 복수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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