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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권

    2023.07.13 약 7.7만자 3,000원

  • 완결 2권

    2023.07.13 약 8.1만자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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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한양 마나님들의 은밀한 심부름을 대신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은령.
오늘도 심부름을 하느라 운종가를 바삐 달려가던 그녀는 그만 웬 사내와 부딪치고 만다. 행여 심부름에 늦을까 쏟아진 물건을 정신없이 쓸어 담은 은령은 그만 사내의 물건까지 가져가게 되는데….

- 본문 中 -

“닷 냥.”
“응?”
“보관료와 오늘 하루 공친 값으로 닷 냥은 주셔야겠습니다.”
그러더니 주머니를 열어 조각상을 저고리 옷깃 사이, 정확히는 옷고름 뒤쪽 치마 말기 안쪽에 꽂아 넣었다.
“싫으시면 직접 가져가셔도 됩니다. 다만, 그리 하신다면 절 책임지셔야 하겠죠?”
닷 냥이면 쌀 한 섬을 살 수 있다.
두 달을 꼬박 심부름 다니고, 거기에 향주머니 만들어 팔아도 벌 수 있을까 말까 한 큰 돈이다.
하지만 그건 없는 사람들 얘기이고, 하루에도 비단옷을 몇 벌씩 갈아입는 양반님네들에게는 그리 큰돈이 아닐 테다. 마음에도 없는 첩실을 들이라는 협박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적은 금액일 테다.
게다가 사람을 납치해서라도 찾아야 하는 중요한 물건이지 않은가?
그러니 분명 당장 돈을 내어줄 것이다. 얼른 상황을 끝내고 돌아갈 것이다. 은령은 그리 생각했다.
“…오냐, 알았다. 내 값을 지불하마. 자네들은 잠시 나가 있게.”
역시나, 이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은령을 향해 성큼, 큰 걸음을 옮겨 다가왔다.
“어, 어찌 다가오십니까?”
“내 물건을 찾아야지.”
“…예?”
“네가 그러라지 않았더냐. 직접 가져가라고.”
“그, 그건…!”
“물건을 옷 속에 넣은 것도 너 자신, 그것을 내게 꺼내 가라 허락한 것도 너 자신이다. 설마 한 입으로 두말하려는 것이냐?”
아니, 이게 아닌데?
완전히 빗나간 반응에 은령은 그야말로 허둥지둥,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저 사내가 대체 왜 저러는 것인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이휘가 은령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놀란 은령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허나 그녀의 등 뒤는 벽이다. 도망갈 곳은 더 이상 없다.
“소, 손가락 하나라도 닿기만 해봐요.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 경고.
허나 목소리엔 겁이 잔뜩 묻어났으니,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다.
씨익, 이휘가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은령을 두 팔 안에 가뒀다.
“얼마든지 하거라. 나도 내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다.”
짧지만 강한 한마디와 함께 은령의 옷고름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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