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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22.11.24 약 6.4만자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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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충무에 사는 김순영 씨의 마지막 여름.
죽음을 향해 가는 일흔 살의 나이.
그녀에게도 잊지 못할 아픈 사랑이 있었다.

딸아이를 닮은, 그러나 전혀 다른 표정을 한 유진이 자동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유진아!”
나는 놀라 달려 나갔다.
그때는 어린아이였던 유진이가, 이제는 훌쩍 커 버려 어른이 된 유진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
지윤이보다 한 뼘이나 키가 커서 보폭도 넓은 모양인지, 유진이가 냉큼 걸어와 내 품에 안겼다.
화려하고 고혹적인 향수 냄새, 힘과 젊음이 넘치는 아름답고 매끈한 몸.
나는 마치 꽃다발을 안은 것처럼, 한여름 산기슭에 황홀하게 피어난 여름 풀꽃을 끌어안은 것처럼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아, 이 아이….
이토록 젊고 생기발랄할 수가 있을까.
우리 모두가 가졌던 젊음이, 화염같이 우리를 불태우고 괴롭혔던 젊음이, 어느새 나를 떠나 그 애의 몸으로 들어간 것인가.
“잘 지내셨어요?”
메마르고 쪼그라든 내 몸을 끌어안았던 유진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내려다보았다.
매끈하고 아름다운 얼굴로 청춘의 여신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손을 내밀어 손녀의 얼굴을 쓰다듬어 보았다.
내 딸의 얼굴.
내 피와 살을 이어받은 내 딸아이의 얼굴이 거기 스며 있는 것만 같았다.
“할머니,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래… 그래. 나도 보고 싶었다.”
날마다 매 순간마다 네 생각을 했지.
너와 네 엄마를.
“그래, 네… 그 사람은…?”
나는 유진이의 어깨 너머로 주차를 마저 하고 있는 검은 차를 바라보았다.
저 안에 유진이의 신랑감이 타고 있는가.
“할머니, 저 지금 진짜 떨려요.”
손녀는 화사하지만 조금은 긴장된 웃음을 지었다.
“제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나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네가 행복해 보여서 정말 기쁘구나.”
진심이었다.
이 아이가 행복했으면, 이 아이라도 행복했으면 바랄 것이 없었다.
포구를 향해 주차한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고 달칵 소리가 나며 운전석의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쏟아지는 햇빛 속으로 키 큰 사내 하나가 내려섰다.
그리고 시간이 멈췄다.
아니, 내 숨이 멈췄나.
그는….
그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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