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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20.07.22 약 15.5만자 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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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첫사랑이 나타났다.

“오랜만이네, 김연주.”

좋아했던 그 모습 그대로.
아니, 그때보다 더 그림 같은 모습으로.

“…와, 미쳤다. 어떡해? 이태영 얼굴 뭐야? 와, 진짜 얼굴 뭐야.”

대뜸 박수를 치고, 열이 오른 손바닥으로
붉어진 제 얼굴과 귀를 감싸는 연주였다.

그때부터 태영은 연주의 일상을 수없이 비집고 들어오는데.

“넌 연애 안 해도 아쉽지는 않겠다.”
“아쉬워서 곧 하려고.”
“…하지 마.”
“왜 하지 마?”
“그냥 하지 마.”

여전한 자신의 짝사랑이 들킬까 걱정되지만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태영에게 심술이 나기도 한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났을 때.
또다시 설레기 시작하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본문 발췌]

“지민아. 난 걔를 보는 순간 생각했어.”
“야, 잠시만. 이런 이야기는 한잔 하고 해야지.”
그런 지민의 계략에 또 소주 한 병이 추가되었다. 자연스럽게 소주를 흔들어 딴 뒤, 제 잔에 채운 지민이 웃으며 잔을 들었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에 토하겠지. 연주는 침을 꼴깍 삼킨 뒤 쓴 술을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자, 걔를 보는 순간 뭐를 생각했는데?”
“눈이 멀어 버릴 뻔했거든? 근데,”
“응.”
“눈머는 거보다 내 심장이 멎는 게 더 빠를 ㄱ,”
“심장이 왜 멎는데?”
그 순간, 바로 뒤에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에 말을 멈춘 연주가 지민을 쳐다보았다. 제 뒤를 본 지민은 사뭇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불길하다, 이거 불길하다.
연주는 차마 뒤를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아 조용히 잔에 소주를 채운 뒤 그것을 들었다. 그 순간 제 손보다 한참이나 큰 손이 나타나 그녀의 손에 들린 소주잔을 빼앗았다. 그제야 불가피하게 뒤를 돌아본 연주가 망했다는 표정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 애썼다.
“심장이 왜 멎냐고.”
한 번 더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이 제 바로 옆에 앉았다. 연주는 차라리 이 사람이 자신에게 월세를 받아가는 빌라 주인이면 했다. 아니면 허구한 날 업무에 대해 잔소리만 늘어놓는 차 대리여도 좋았다.
근데, 이건 아니지. 이태영은 좀 아니잖아.
“…내가 말이지, 옛날부터 심장이 자주 멎는 버릇이 있어.”
그녀의 불길함은 아주 보란 듯이 적중했다. 대체 언제부터 들은 거지? 내가 자기에 대해 주접떠는 것도 다 들었나? 연주가 자연스럽게 버릇이라는 단어를 들먹이자 태영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그녀의 이마를 제 손으로 짚었다.
“이상한 말 하는 거 보니까, 어디 아파?”
그의 반응을 보아하니, 다행히도 제 이름까지는 못 들은 것 같았다.
“아니, 잠시만. 태영아. 네가 왜 여기 있어?”
“아, 그게.”
연주의 말에 태영은 뒤로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자 살짝 덜 마른 머리칼을 대충 털며 가게로 들어오는 주원이 보였다.
“술 마시러 왔어?”
연주의 질문에 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주는 이 우연들이 너무 뜬금없이 잦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지. 몇 년을 마주치고 싶어도 못 마주친 얼굴이, 바로 옆에 앉아 잔을 들고 있으니. 주원이 지민의 옆에 앉았다.
“이태영. 너 왜 여기 앉아 있냐? 자리 없어?”
태영을 향한 주원의 질문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익숙한 뒷모습이 보여서.”
겨우 그런 말에도 죽을 것 같다면, 연주가 이상한 걸까? 뒷모습이래, 뒷모습이래. 늘 태영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건 자신이었는데. 그런 태영이 제 뒷모습을 보고 옆에 앉았다. 이게 어떻게 익숙하지.
“와, 다들 진짜 오랜만이네. 이것도 우연인데 같이 마시자.”
눈치 빠른 지민의 말에 태영은 연주가 죽고 못 사는 웃음을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자.

* * *

연주가 눈을 떴을 땐, 이미 제 방 안이었다.
분명 어제 소주를 네 병은 더 시켰던 거 같은데. 기분이 좋아서 계속 마셨고. 어떤 방향으로 생각을 해 보아도 결국 필름이 나간 것이었다. 머리가 곧 깨질 것처럼 지끈거렸다.
‘김연주, 정신 차려.’
…잠시만.
‘집에 갈 수는 있겠어?’
…그만.
‘넘어지겠다, 조심해.’
아, 망했다.
연주는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기억에 주먹으로 제 베개를 힘껏 치다 소리 질렀다.
“야, 유지민!”
뭐야, 화장실 갔나? 지민은 대답이 없었다. 분명 우리 집에서 자고 간다고 했을 텐데. 크게 소리치자 속이 갑자기 울렁거려 왔다.
곧 화장실 문이 열렸다.
“일어났어?”
“…….”
“너 평소에도 술 그렇게 많이 마시냐? 속은. 괜찮아?”
“…….”
“머리 헝클어진 거 봐라.”
볼만하네. 그곳에는 장난스럽게 제 입꼬리를 올리며 저를 바라보는 태영이 있었다. 그의 얼굴을 멍하니 보던 연주가 눈을 질끈 감았다. 진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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