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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고양이와 카푸치노

커피고양이와 카푸치노

유시현

전체 이용가 로망띠끄

2015.04.23총 1권

  • 완결 1권

    2015.04.23 약 17.7만자 3,000원

이용 및 환불안내

작품소개

[원무진]

30세의, 커피고양이 양의 말에 따르면 삼십대 아저씨 반열에 들어선 남자.
누군가를 독살할 커피를 만드는 게 야망인 바리스타인 동시에,
주택가 안에 콕 박힌 황당한 위치에 카페 [소호]를 경영하는 은둔형 오너.
서나래에게는 87%쯤 심술탱이에, 10%쯤 다정한 오빠, 3% 정도는 만만한 친구다.
커피를 사랑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순한 알바생과 커피고양이를 놀려먹는 데 맛이 들린 그는, 자신의 개인사는 물론 타인의 개인사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서나래]

꽃다운 22살의 대학생이자 소호의 커피고양이.
꽤나 잘나가는 집안의 외동딸이었으나 3년 전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타계 후, 홀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현재 무진의 카페 '소호'에서 반경 1킬로미터 내 최고의 외로움쟁이.
일하고, 공부하고, 자고, 먹고, 일한다. 그것만이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고 고집스럽게 믿고 있다. 하루의 상당 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무진을 향해 분통을 터뜨리며 열심히 사는 중.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카푸치노처럼 달콤하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





- 본문 중에서 -

“누구세요.”
인터폰을 통해 기운 없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오라버니다.”
“난 외동딸인데에. 암호를 말해라아.”
“썰렁하니까 빨리 여시지.”
열린 문틈 새로 보이는 나래의 얼굴은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다르게 볼이 옴폭해지고 눈이 부어서 가관이었다. 거기에 흰색 구름무늬의 하늘색 파자마가 그녀를 한층 초등학생처럼 보이게 한다. 문득 처음 봤을 때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그는 갑작스레 햇볕아래 던져진 사람처럼 눈을 깜빡거렸다. 그때는 파자마 차림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사람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노안이 될 수도 있냐. 비켜 봐라.”
“씨이. 밥을 못 먹어서 그렇지. 원래 젊은이는 아저씨랑 달리 신진대사가 좋잖아. 먹을 거 뭐 갖고 왔어.”
“이게 살려놓으려 했더니 보따리부터 풀으라네. 그냥 가는 게 네 정신건강에도 좋겠지?”
어이없어 툭툭 말하고는 있지만 그는 마음대로 바나나를 하나 똑 따서 입에 무는 나래를 침대로 데리고 가 앉혔다. 기운 없이 파리한 얼굴로 목소리도 평소보다 한 톤은 낮지만 나래는 종알종알 잘도 대꾸했다.
“안 돼. 좀 전까지 상욱 오빠가 징징대는 거 들어주느라 더 힘 빠졌단 말야. 책임지고 보충하고 가. 원무진 당신이 드디어 커피로 암살할 대상을 찾은 거라고 질질 울던데, 대체 무슨 소린지.”
“쉿. 너만 알고 있어라.”
무진이 사과를 꺼내면서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리자 나래가 못 볼 걸 본 양 얼굴을 돌린다. 그는 큭큭 웃으며 냉동실에서 얼음을 찾았다. ……저거, 작년 여름에 얼린 것 같은데 써도 괜찮으려나. 그러다가 침대에 앉아서 피사의 사탑처럼 몸을 기울이고 멍한 표정인 그녀에게 다가간다.
“어지러워? 열은 재 봤고?”
“몰라. 귀찮아.”
구급함을 뒤졌지만 체온계가 없다. 이마에 손바닥을 올리려다 방금 자신이 얼음을 만졌던 걸 기억한다. 스윽, 이마에 이마를 맞댔다. 열 때문에 붉어진 눈가가 동그래진 것이 코앞에서 보인다. 혼몽하던 눈동자가 반짝 모처럼의 제 형상을 되찾는다. 그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그녀는 슬쩍 시선을 피하면서 움찔움찔 몸을 꼬았다.
“왜 이래, 느끼하게.”
“가만 있어봐. 원래 꼬맹이 열은 이렇게 재는 거다.”
“누가 꼬맹이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몸에서 힘이 빠진다. 그는 나래의 내리깐 눈꺼풀에 붙은 속눈썹이 세 번 깜빡거릴 동안 이마를 대고 있다 떨어졌다. 차가운 손을 하얀 이마에 얹으며 선언했다.
“열이 높다. 사과 갈아줄 테니까 그거 먹고 약 먹어.”
응,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 나래가 그를 올려다보고 웃었다. 그의 손바닥에 이마를 비비적댄다. 아이처럼 무방비한, 절대적인 신뢰를 담은 소리 없는 함박웃음. 순간 몸 안쪽 어디선가 저릿하게 울리는 감각에 그는 찰나 눈썹을 찌푸렸다. 아무 생각도 없이 머리에 대고 있던 손을 그대로 내려 그녀의 눈을 덮어버린다.
“엥?”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말로 튀어나올 것 같은 문장을 꾹 눌러 삼킨다. 그 말이 내장 어디서 걸렸는지 위 언저리가 따끔거려서 그는 혀를 찼다.
“……오늘따라 퀭한 얼굴로 그러니까 되게 불쌍해 보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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