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느 날, 교통사고로 열여덟 살의 기억만을 가지고 깨어난 스물여덟 살의 신영.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녀의 유일한 보호자라는 남자가 나타나는데…….
놀랍게도 그는 제집에서 머슴살이하던 앙숙, 범준이었다!
잃어버린 10년의 기억,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과 부도.
하지만 신영은 그 무엇보다 그가 제 남편이라는 게 낯설기만 하다.
“네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잘 알아.”
“뭘 알아. 네가 기억 잃어 봤어? 게다가 나는 이제 혼자라고.”
“네가 왜 혼자야. 네 남편이잖아, 나.”
의외로 다정한 그의 태도에 신영은 설렘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점차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과 현실 사이, 묘한 간극을 눈치챈다.
결국 신영은 범준에게 이별을 고하지만.
“이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한테 이혼은 없어.”
뜻밖에도 남자는 단호히 거절한다.
그의 욕망 어린 검은 눈동자가 불에 타는 것처럼 일렁였다.
“너랑 내가 어떻게 결혼하게 된 거야? 정말 날 사랑했어?”
“그래.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어.”
단단하고 곧은 손이 허리를 휘감자 신영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어 다른 생각을 할 수조차 없었다.
“잊지 마.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거.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절대 잊으면 안 돼.”
일러스트 ⓒ 송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