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연애하는 척만 해 주면 돼. 당신 같은 여자한테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3년 전, 이혼을 끝으로 다신 못 볼 줄 알았던 전남편이 나타났다.
치 떨리게 뻔뻔한 모습마저도 여전한 정도현은 계약 연애를 제안, 아니 강요했다.
“내가 뭐라고 대답할 것 같아?”
“좋다고, 해 보자고 하겠지. 무시하기 힘든 보상이 있으니까.”
해원의 목숨 같은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도현은 선뜻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계약은 계약일 뿐인데, 해원을 보는 정도현의 눈빛은 늪처럼 깊고 짙어져만 간다.
“지해원, 하나도 안 변했어. 사람 미치게 하는 것까지 똑같아.”
흔들리는 해원은 그 계약에서 도망치려고 하는데…….
늘 무감했던 그가, 어째서인지 그녀를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
“뭐든지 할게. 뭐든지 할 수 있어.”
“…….”
“지해원이 아니면 안 돼, 나는.”
▶잠깐 맛보기
“갑자기 웬 연애야? 만나는 여자가 있을 거 아니야.”
칡차를 한 모금 마신 도현은 간단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여유 없어. 있는 시간도 모자라.”
정떨어지는 말투도 여전했다. 시간이 모자라서 사람을 만나지 못하겠다니.
해원은 기가 찬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연애하는 척을 하는데 왜 내가 필요한 건데? 해 주겠다는 사람 많을 텐데. 그중 하나 고르면 되잖아.”
“네가 아니면 안 되니까.”
도현의 대답은 간단했지만 해원의 말문을 틀어막기에는 효과적이었다.
“……그게 무슨…….”
해원이 말끝을 맺지 못하고 흐리자 도현이 대신 이어 가기 시작했다.
“내가 만나는 여자가 지해원이 아니면 안 돼.”
도현은 해원을 똑바로 응시했다. 흑색의 눈동자에는 이채가 감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