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너한테 할 말 있어.”
“뭔데?”
호기심 가득한 눈이 나를 바라본다.
짧은 침묵. 고요한 공기에 숨이 막힌다.
“나 너 좋아해. 나랑 사귀어 줄래?”
심장이 재빠르게 뛰다 못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언제 쏟아져 나올지 모를 감정에, 네 눈을 계속 마주하는 것이 버겁다.
그럼에도 너의 눈에 시선을 고정했다. 나름의 커다란 용기였는데,
너의 눈빛이 어둡게 변해간다. ……대답은 분명 거절이겠구나.
“미안. 너랑은 친구로 지내고 싶어.”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백을 거절하는 그에,
심장이 뚝 떨어진다.
저 밑으로. 빛 한 점 들지 않는 새까만 곳으로.
나의 십 년 짝사랑에 마침표가 찍혔다.
이렇게 나의 사랑은 끝날 줄 알았다.
이대로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되겠구나, 체념했다.
그때, 당신을 만났다.
“뭐 하고 있어요?”
“밥은 먹었어요?”
“이거 입어요. 엘리사벳 거예요.”
이렇게 따뜻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한겨울의 난로 같아서, 오래도록 곁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스한 이 사람이 그 누구보다, 어쩌면 나보다도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무래도 난…… 당신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