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날. 이름 들어도 모를 촌구석, 시골 마을에 서울에서 살던 소녀가 내려왔다. 농아였다. - “마! 거기 들어가면 안 된다고!” 잡은 손길을 따라 뒤돌아보니 내 또래의 남자아이가 미간을 좁힌 채 서 있다. 키가 크고, 두툼했다. “계속 말렸는데 니 왜 자꾸 들어가려고 하는데?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초면…… 아닌가? 왜 계속 화를 내지. 그러다 떠올렸다. 아. 처음 보니까 내가 청각에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겠구나. 잠시만 기다리라는 손짓을 한 뒤 볼펜을 들어 수첩을 넘겼다. 열심히 끄적이는 나를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익숙하게 웃으며 수첩을 들이밀었다. [미안. 나 귀가 안 들려. 다시 말해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