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열일곱 살 난 계집종 막순은 감히 왕의 아들을 마음에 품었다.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다른 이와 혼인하라는 명도 거부하고, 막순은 안간힘을 써서 그의 곁에 남는다. 마치 그가 자신의 또 다른 목숨인 것처럼, 그가 없으면 당장 죽기라도 할 것처럼. 그를 갖고 싶었고 어떻게든 그의 옆자리가 자신의 것이었으면 했다. 그것이 얼마나 분수에 차고 넘치는 일인 줄 알았지만, 도저히 그를 향한 욕망을 저버릴 수 없었다. 마침내 그의 옆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는데. 왜 사랑하는 두 남녀 사이에 그들만 있지 아니할까.
욕망과 절망의 끝에서 새로운 시절이 피어나고. 새로운 이가 나타나 함께하자며 막순의 손을 끌어당긴다. 그 손을 붙잡을까, 붙잡을 수는 있을까 하는 사이, 막순의 운명은 또 한 번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