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조선 노비 삼월, 추락사 후 헤스티나 르테피데 공작부인에 빙의했다!?
양반네들을 받들며 소처럼 죽어라 일만 하는 삶은 이제 안녕인가?
마음속으로 꽹과리를 치며 신나게 상모를 돌리기도 잠시.
“지금 날 뭐라고 부른 건가.”
“…? 서방님이요.”
“확실히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군.”
남편인 공작이 저를 미친 여자 취급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일 바로 이혼 서류를 접수하러 가지.”
이혼 요구까지!
“배 째쇼!! 이혼은 절대 못 합니다!”
마님 못 잃어!
그렇게 처음엔 그저 신분을 지키기 위해 그의 곁에 딱 눌어붙어 있었을 뿐인데….
“내게서 멀리 떨어져. 내 마음이 당신을 죽여 버릴 수도 있으니까.”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남자.
끔찍한 저주에 걸린 남편이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
방 안으로 들어온 이엘로는 고개를 한 번 저었다.
왜 자꾸 헤스티나가 궁금해지고, 왜 자꾸 열이 오르는지 모르겠다.
문에 기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그의 입에서 작은 멜로디가 중얼중얼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랑스러운 카르엘, 비안틴스 대륙의 중심, 안테세토 산의 긍지를 이어받은, 찬란한 나의 제국이여…….”
4절로 된 국가를 5번이나 반복해서 부른 후에야 그는 겨우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