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출판사 팀장인 그녀, 작가의 꿈을 되찾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다.
꿈이 없다고 그녀를 무시하던 전 남편도,
아줌마라고 부르며 사사건건 무시하는 사장 놈도 지긋지긋하다.
“내가 결혼해 줄까?”
“야! 윤태주―! 너 같은 놈한테 휘둘릴 만큼 내가 쉬워 보였니?
네가 사장이면 사장이지, 어디서 내 인생을 쥐고 흔들려고…….
너한테는 내가 우습게 보이디? 그 어떤 인생하고 바꾸자고 해도 안 바꿀 만큼
소중한 내 삶인데, 네 까짓 게 어디서 감히…….”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더니 울먹이는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나왔다.
“어느 누구도 나만큼 잘해낼 수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해 살았어.
울고 싶어도 참았고, 아파도 앓지 않았고, 원통하다고 하소연하지도 않았어.
너 같은 찌라시 눈에는 내가 우습게 보였겠지. 껍데기만 보고 허세만 부릴 줄
아는 멍청이가 어떻게 진짜를 보겠어. 내가 그동안 네 밑에서 출판 일은 배웠다만, 그 외에는 하나도 배울 게 없는 쓰레기야, 넌! 윤태주란 인간은 악질이고
재수 없었어. 너 같은 허깨비 같은 놈들 수백하고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인데……
난 그렇게 대단한데…….
어디서 재미 타령을 하고 지랄이야! 미친놈!
염병도 정도껏 해야지, 재수 없게…….”
분노가 사그라지자 후회가 쏜살같이 달려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처음이었다. 안에서 들끓던 화를 밖으로 끄집어내 쏟아놓은 일은 정말로 난생 처음이었다. 사장이 어찌 나올지 걱정되었지만 한편으론 후련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사직서를 작성하다 퇴직 사유에서 경건함이 깨졌다.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쓰면 노발대발하겠지?
사장에게 쌍욕을 퍼부은 게 개인적인 사정이냐고 소리칠 윤태주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도피처를 만든 뒤 제대로 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작가로 살고 싶은 꿈은 심신이 평온해질 때까지 기다리며 이대로 살 것인가.
인생의 기로에 서 있는 내가 아슬아슬해 보인다.
어떤 결정을 내리던 간에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 몫이다.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갈림길에 선 내가 할 일은 딱 하나였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난 지금처럼 인생이란 놈의 장단에 허우적대며 살아갈 것이다.
꿈은 늘 마음에 품고, 언젠가는…… 언젠가는……
그렇게 다짐만 하며 평생을 살아가겠지.
이이정의 로맨스 장편 소설 『바람 속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