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지 전문 잡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리는 회사운영의 위기를 느끼고 마지막 기회로 좋은 기삿거리를 찾아 버뮤다로 가 거물급 실업가를 인터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그 실업가를 만나기 전의 생각이고, 더욱 중요한 건 그 실업가의 조카인 조단 콜러를 만나기 전의 생각이었다. 8년 전에 조단은 그녀를 자기 아버지의 정부로 잘못 알고 노골적으로 혐오하고 경멸했었다. 비록 지금은 그가 그녀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녀를 알아보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책 속에서
리는 그 남자를 알아본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그녀는 달아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아나지 않은 것은 단지 체면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리는 그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두려워하며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조단은 8년 전 그렇게 노골적으로 혐오했던 바로 그 소녀에게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표정을 보니 파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죠?」 신경에 거슬리는 굵고 풍부한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배어 있고 긴 속눈썹이 덮고 있는 갈색 눈동자는 은근하게 그녀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렇다면 잘됐군요」 캐나다식 악센트에 목젖을 울리는 정감 어린 어투였다. 「여기서는 우리가 소수니까…」 그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는 동료 직원 빈스 쪽을 못마땅하게 흘끗 돌아보며 말했다. 「서로 협조해야 할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