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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8.05.21 약 11.9만자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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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언니 혹시 갱년기 아니야? 요즘은 젊은 사람에게도 갱년기가 온다잖아. 약이라도 먹으면 좋을 텐데.”
“아니야, 내 생각엔 더 심각한 병이야. 더구나 최근에 시작된 게 아니라 오래된 것 같아. 그러니까 좀 이상하더라도 네가 이해해주렴.”
귀신 두 마리가 소리 높여 웃으면서 나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뛰어다니고 있다. 조금씩 속도가 빨라지면서 귀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뺨에서 녹색의 걸쭉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귀신이 녹아내린다고 생각한 순간, 썩어서 녹아내리는 건 오히려 나였다. 몸은 이미 녹아서 없어지고 녹색의 늪에 머리만 둥둥 떠 있다.
나는 귀를 막고 방으로 뛰어올라 갔다.
내가 병이라고? 결혼을 하지 않아서? 처녀라서? ……웃기지 마! -「내 소중한 동생에게」중에서

사진 속의 그녀는 내 눈을 의심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워졌다. 이 여자가 정말로 그 마뮤다란 말인가. 옷도 머리모양도 화장법도 세련되었고, 여배우처럼 당당한 미소를 짓고 있다. 승자의 미소다.
패자는 나다. 만약 그때 노가미 고지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 전해에 물러났다면, 다른 두 명의 심사위원이 내게 최우수상을 주어야 한다고 더 강력하게 주장했다면, 아니 공정하게 최우수상을 다수결로 정했다면 지금 이 사진에 있는 사람은 나였을지도 모른다. 마뮤다의 그 어설픈 《서바이벌 게임》조차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다음 기회로 이어졌으니까 《달보다 먼 사랑》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방송 관계자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했을 것이다.
애초에 마뮤다 가오루코가 그때 응모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영화 시나리오를 목표로 했다면, 그녀가 없었다면…….
《마뮤다 가오루코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 업계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베스트 프렌드」중에서

‘네가 누구 덕분에 행복한 줄 알아?’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절규하면서,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또다시 배신당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어쩌면 저를 누나가 아니라 여자로 봤을지도 몰라요. 다섯 살이나 많으니까 그 시절에는 연애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서로 사랑하기에 충분한 나이가 되었어요. 왜 다시 만났을 때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까요?
유일하게 마음을 연 상대에게 배신당하고, 그 절망감으로 인해 이렇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다니…….
모든 게 제 탓이에요.
모든 게 제 잘못이에요.
죄인은 그가 아니라 저예요.
부디 그가 아니라 제게 벌을 내려주세요……. -「죄 많은 여자」중에서

“내가 보기에 넌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거든. 깊은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반대로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해주지. 가까이 다가온 사람은 누구라도 받아주고, 손을 내밀면 누구라도 그 손을 잡아주고 말이야. 하지만 나를 비롯해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해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어 하지. 그러면 투명한 방어막이 쳐져 있는 거야. 상대가 방어막에 부딪쳐서야 넌 겨우 누군가가 자기 안으로 침입하려고 한다는 걸 알아차려. 그걸 물리치느냐 받아들이냐는 네게 달려 있지.” -「착한 사람」중에서

“난 엄마의 노예가 아니야!”
그 사람은 한동안 숨 쉬는 것도 잊은 사람처럼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내가 한 말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곱씹으며 내가 가장 상처받을 말을 찾아내려는 것이리라.
“당신의 비극의 주인공 놀이에 엑스트라가 되는 건 이제 지긋지긋해.”
뱃속에 있는 더러운 걸 전부 토해내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 사람의 비극의 주인공 놀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멀리 떨어진 고향에서 딸의 성공을 간절하게 바라는 엄마라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서. -「포이즌 도터(Poison Daughter)」중에서

자식에게 장래에 이런 일을 하면 좋지 않겠냐고 말하면 안 되나요? 부모의 직업을 이어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안 되나요? 학교를 졸업하면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말하면 안 되나요?
그런 말을 하는 게 지배이고 독엄마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는 엄마는 뭐라고 하나요?
성모(聖母)일까요? 그렇다면 성모의 자식은 얼마나 훌륭하고, 얼마나 올바르게 자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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