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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5.04.07 약 15.9만자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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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연애 울렁증 철벽녀와 연애 고단수 매력남의 첩첩산중 러브 스토리!

-본문 中에서-

대구에 같이 갔던 날 사이가 틀어지고 나서 이제 다시 인혁이 편해지고 있던 찰나였다. 인희는 인혁이 또 자신과의 사이를 어색하게 만들 만한 발언을 할까 괜히 걱정되었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두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만 있었다. 처음에는 인혁을 살피며 글을 쓰던 인희도 인혁이 아무 말 없자 작업에만 매진했다.
빛의 속도로 작업을 마친 인희는 마무리를 한 후 파일을 저장했다. 파일 저장을 마친 인희는 노트북을 바로 끄기가 어색했다. 인혁이 저렇게 버티고 앉아있는데 노트북을 끄고 냉큼 퇴근하는 것도 모양새가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침 침묵을 유지하던 인혁이 입을 열었다.
“여인희 씨.”
“네?”
“주말에 뭐해요.”
인혁의 물음에 인희는 아주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늘 외우고 있던 것을 익숙하게 내뱉었다. 일주일 동안 미처 못 한 집안일을 할 것이며 틈틈이 쓰고 있던 소설도 작업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인희가 말을 마치자마자 인혁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 거짓말에 속은 남자들이 많았나 보네.”
“네?”
애써 태연한 척하려 했지만 이미 인희의 수는 인혁에게 걸려버렸다. 모든 걸 꿰뚫어보며 이글대는 눈빛이 인희의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인희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귓전으로 냉랭한 인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 인희 씨가 어떤 생각인지 모르지. 왜 그런 거짓말 했는지도 몰라.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매번 가까워지려고 하면 적대적으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그렇지만 일단 내가 인간 대 인간으로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런 것까지 미리 차단하는 인희 씨를 보니까 썩 기분이 좋진 않네.”
물론 인혁은 남자로서 인희에게 다가가 보려는 속셈이었지만 일단은 아닌 척했다. 죄송한 눈빛을 보이는 인희를 보면서도 잠시의 틈을 주지 않았다.
“내가 인희 씨 앞에서 매일 웃고 자상하게만 행동했었어요? 아니면 인희 씨 마음대로 나 우습게 보는 건가? 내가 인희 씨한테 사장이 맞긴 맞아? 어쩔 때는 인희 씨가 나를 윗사람이 아닌 동등한 입장으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인희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정말, 결단코 인혁을 우습게보거나 쉽게 생각한 적은 없다.
그거야 인혁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인혁은 지금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해보려면 인희에게 강하게 나가야 했다.
스스로도 놀랄 지경이었다. 천하의 정인혁이 여자 앞에서 이렇게 조급하고 긴장하기는 처음이다. 자신의 마음 하나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어지러운 기분도 처음이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자신의 앞에 앉은 인희의 작은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욱 그랬다.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인희였다. 금세라도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트릴 것 같았으나 인희는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고 그것은 인혁의 눈에도 보였다.
인희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 레스토랑에 오래 근무하고 싶었다. 잘하고, 열심히 해서 잡지사에서보다 오래 근무하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은 그게 아닌데 뜻한 바와 다른 쪽으로 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인희는 마음이 아팠다.
“사장님. 정말 오해세요. 전 그런 생각 한 적 없어요. 사장님들이 직원들 대하시는 태도 보면서 늘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존경했어요. 정말 그런 말씀 말아주세요.”
“그럼 인희 씨도 배우면 되잖아. 내가 인희 씨한테 진심을 다해서 잘 해주는데 인희 씨는 왜 매번 내가 묻는 말에 거짓말만 하는 건데.”
“그건…….”
“인희 씨에게 그래야만 하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 해도 그걸 인희 씨가 안보여주는 이상 다른 사람은 오해하기 마련이에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여기 직원들이랑 다 친한데 인희 씨는 아직 거리가 느껴져. 그건 다른 직원들도 느끼고 있을 거예요. 다들 알게 모르게 인희 씨 어려워하니까.”
억지로 참고 있던 눈물이 기어코 한 방울 떨어진다. 인희는 황급히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냈고 인혁은 속으로 욕을 삼켰다. 거친 욕이 속으로 수도 없이 삼켜졌다.
비겁하다. 비겁하고 비열하다. 자신의 마음을 확인해 보기 위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상대의 마음을 떠보는 행동은 한 적이 없다. 더 이상은…….
더 이상은 못 해먹겠다. 휴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쉰 인혁이 결국 얼굴을 싸매더니 입을 열었다.
“울지 마.”
의자를 뒤로 밀며 자리에서 일어난 인혁이 인희에게로 다가갔다. 인혁이 다가오자 또 눈물을 훔쳐낸 인희가 훌쩍였다.
인혁은 인희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인혁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약한 여자를 구석으로 몰아세운 비겁한 놈 같으니라고. 인혁의 차갑던 목소리가 순식간에 냉기를 잃었다.
“인희 씨 잘못 없어요. 내가 나쁜 놈이었어. 내가 인희 씨 상처 주면서 내 마음 확인해보려고 했었어요. 근데 이제 알겠네.”
인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 끝에 눈물방울이 매달려 있었다.
인희가 인혁에게 무슨 말인지를 되물었다. 인혁이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인희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상태였다. 인희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곧 그 문제의 해답이 떨어졌다.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여인희 씨를.”
바로 인혁의 입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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