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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5.04.14 약 18.1만자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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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당신이 혹시 내 숙박비를 지불했다는 이 호텔의 부사장인가요?”
“그렇다면?”
의미를 알 수 없는 묘한 미소를 띤 채 그의 짙은 눈썹이 살짝 치켜 올려졌다.
“어제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당신이 이미 지불했다고 하더군요. 왜 내가 당신 도움을 받아야 되는지 궁금해요. 대체 당신은 누구죠?”
그를 향해 눈을 가늘게 흘겨 뜬 현정은 의심과 궁금함이 뒤섞인 음성으로 물었다.
“후훗.”
그가 낮은 음성으로 웃었다.
“왜 웃는 거예요?”
현정은 웃고 있는 그를 살짝 째려보며 기분 나쁘다는 투로 물었다.
“당신 말투가 참 재미있군. 내가 왜 도와주었나가 아니라 왜 도움을 받아야 되냐고? 말투가 항상 그렇게 도전적인가?”
“도전적이라고요?”
“그래. 충분히 도전적이지.”
“괜히 말투가 도전적이네 어떠네 하며 말꼬리 돌리지 말고 얼른 정체부터 밝히시죠.”
정체를 밝히지 않고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게임이라고 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칼레드를 현정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우리 구면이지 아마.”
“잠깐 스쳐지나간 것뿐인데 그것도 구면이라고 하면 구면이겠죠. 그런데 당신 도대체 누구예요?”
“그게 그렇게 궁금한가?”
소파에 앉은 그는 두 손을 깍지 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를 향한 그의 눈빛은 모처럼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것처럼 반짝거렸다.
“당연히 궁금하죠. 처음 보는 남자가 호텔 숙박비를 냈다는데 이상하잖아요.”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솔직하게 말하시죠. 혹시 나한테 반하기라도 한 건가요?”
“하하하. 이거 재미있군. 본인이 그렇게 뛰어난 미모를 지녔다고 스스로 생각하나? 한눈에 내가 반할만큼?”
“아님 말구요. 하지만 좀 그렇잖아요.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다니 그런 생각이 안 들겠어요? 게다가 여기는 두바이잖아요.”
현정은 자신의 말이 얼토당토 않는 얘기라는 듯 웃으며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는 그의 질문에 조금의 실망감과 함께 괜히 심통이 났다. 그렇게 큰 소리를 웃으며 노골적으로 아니라고 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그 말은 마치…… 두바이에서는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면 가만두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리는군.”
“아니, 당신이 꼭 그렇다고 말한 건 아니에요. 다만 뉴스 같은 데서 보면 아랍의 부유한 남자들은 여자들을 아주 많이 거느리고 살잖아요.”
“이런 굉장한 오해를 하고 있군. 하긴 간혹 그런 사람들도 있으니 오해가 아니라고 해야 하나?”
“알았어요. 그럼 선입관이라 해두죠. 그럼 정말 당신이 날 도와준 이유가 정확히 뭐죠?”
“당신이 자말의 친구라고 들었는데, 아닌가?”
“자말? 지금 설마 자말 알 카임을 말하는 거예요?”
드디어 칼레드의 입에서 아는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현정의 목소리가 커졌다.
“맞아.”
“그래요. 난 자말의 친구 한현정이라고 해요. 자말은 나를 자밀라라고 부르지만요. 그리고 자말이 나 대신 이 호텔을 예약했죠. 그런데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혹시……?”
“당신이 짐작하는 게 맞을 거야. 만나서 반갑군. 난 칼레드 알 카임이고 자말은 내 동생이지.”
그는 한 마디의 말로 그녀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란스러운 생각을 단번에 정리해주었다.
“그럼 당신이 자말의 형이라는 말이에요? 이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대강 알 것 같네요. 자말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아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당신이 왜 숙박비를 계산했는지도 납득할 수도 없었고요. 라시드조차 물어도 아무 말도 안 하더군요.”
“당신을 여기어 붙들어 두고 싶어 내가 그렇게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나를 여기에 붙들어 둬요? 왜요? 무슨 이유로?”
“가령 당신의 당돌한 말투에 반했다던가.”
어쭈, 이것 좀 봐라. 좀 전만 해도 나보고 남자가 한눈에 반할 만큼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이런 소리하는 저의가 대체 뭐야. 정말 웃기는군. 나를 놀리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하하하. 당신, 보기와는 달리 농담도 곧잘 할 줄 아는군요.”
“눈치 하나 빠르군.”
‘한국말 중에 눈치 없는 것도 인간이냐는 말이 있죠. 이래봬도 나도 한 눈치 하는 사람이라고요. 한눈에도 시선을 확 끄는 여자 친구까지 있으면서 수작 거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대놓고 놀리고 있네.’
“그럼요. 난 당신 같은 남자가 하는 말에 혹하고 쉽게 넘어가는 그런 여자가 아니니까요.”
“나 같은 남자라니, 무슨 뜻이지?”
“권력과 부는 있으나 다분히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사람 정도?”
“내가 그렇게 보인다는 말인가?”
“당신에 대해 잘은 모르니 백 퍼센트 단정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는요. 절대 진심으로 여자를 대하지 않죠.”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라……. 글쎄,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하군. 모든 여자에게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니 당신 말이 맞는 것도 같고 하지만 진심으로……. 아니, 그만 하지. 이렇게 종알종알 말대꾸하는 것을 보니 이제 정말 괜찮은 것 같군. 방해꾼은 이만 사라질 테니 그만 쉬도록 하지.”
현정은 그가 도중에 말을 끊어 버려 그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혹시 기분이 나빠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가 어느새 방문 앞까지 가 버린 상황이라 아무렇지 않은 듯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
“참, 알려 줄 것이 하나 있어. 자말이 다음 주중에 도착한다고 하더군. 아마 5, 6일은 기다려야 할 거야. 자말이 도착할 때까지는 여기 머물러 주면 좋겠군. 당신이 그냥 떠나 버리면 그 애가 돌아와서 나를 가만두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알겠어요. 당신 성의를 생각해서 그렇게 하죠.”
그의 뒤로 문이 닫히면서 뒷모습이 그녀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달각하며 문이 닫히는 소리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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