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시비(是非) 곡직(曲直) 따위가 무에 대수랴. 각기 분수껏 굴면 천하는 태평할 것을.
"그리 일사천리로 될 일이라면 형주가 이리 되었겠습니까.
아니 그전에, 그토록 청명한 천하라면 교위님께서 왜 이런 곳에 떠밀려 내려와 계시겠습니까."
말을 뱉고 나니 도위 바라던대로 자복을 흘렸다면 흘린 셈이지만,
어차피 그쯤이야 이미 확신하고 있었을테라 마음 두지 않는 임현이었다.
그보다도 신경쓰이는 것은 옆에서 붉으락푸르락 해지는 군관들이었지만 손규가 서북 방언으로 그들에게 뭐라 말하자 묵묵히 참고만 있었다. 임현의 말에 손규는 조금 표정이 흔들린 기색이었지만 담담히 말을 받았다.
"설령 그렇다하여, 될 것 같지 않다하여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지. 그래도 국록을 받는 몸으로서 도리란 것이 있는데."
글쎄 그런 세상이 아니란 말입니다. 왜 괜한 고집으로 자기 하나 죽을 것으로 끝나지도 않은 일을 벌이며 이리 애꿎은 사람을 끌어들이시는 겁니까. .... 혹자는 형주가 썩어 탐욕의 악취를 풍긴다 여기고 혹자는 그것이 본디의 순리라 여긴다.
이리하여 서로 생각이 맞지 않고 말이 합쳐지지 못하니 어찌하랴. 옳고 그름을 하늘에 물어본들 답이 돌아올 리 없으니 사람이 각기 제 날선 검을 뽑아 귀결을 맺어보아야 하지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