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네게선 참 좋은 냄새가 나. 잘근잘근 씹어서 먹어 버리고 싶을 만큼.”
해운의 얼굴을 닦던 화연의 손이 멈췄다. 사내가 빈말을 던진 건 아닐 터였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도륙 내는 자이니 식인(食人)을 한대도 수긍이 갔다.
“죽일까?”
“…….”
비죽 입술을 비틀며 웃는 사내의 물음에 화연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살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모르지.”
해운은 시큰둥하게 대답하면서 여인의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빛바랜 제비나비 한 마리가 볼품없이 머리 위에 앉아 있는 게 가히 예쁘진 않았다. 그런데도 자꾸만 시선을 잡아챘다. 저 머리꽂이가 대체 무엇이기에 여인을 이곳까지 데리고 왔을까?
“제 명줄을 쥐고 있으신데 어찌 모른다고 하십니까?”
“변덕이 심해서.”
화연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려고 애를 썼다.
미친놈, 지금 이걸 답이라고 내놓은 거야?
동공은 여전히 살기로 번득이면서도 사내는 입술을 씩 올리고 있었다. 사내가 불현듯 웃음을 거두고 멍한 얼굴로 지껄였다.
“나는 여름이었다가 겨울이었다가, 낮이었다가 밤이었다가 그래. 짐승이었나, 사람이었나… 아니, 꽃이었나, 똥이었나….”
해운은 제가 주저리주저리 말을 내뱉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여인에게서 나는 향기를 맡자 흥분이 됐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짙게 들었다. 이 여인의 살점을 베어 물면 코 속 가득 향기로운 냄새가 채워질 것 같았다.
해운의 눈빛이 점차 깊고 집요해졌다. 사내의 동공이 점점 어두워진다는 걸 화연이 깨닫는 그 찰나의 순간, 그가 불쑥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어깨를 덥석 물었다.
“아앗!”
화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공포에 짓눌린 몸을 파르르 떨었다. 화연의 울대에서 끅, 하는 이상한 소리가 목구멍을 거슬러 흘러나왔을 때에서야 사내가 어깨에서 입을 떼고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빠끔히 들었다.
“아파?”
미치광이 자식, 물어 놓고 아프냐고 묻는 건 무슨 경우일까?
화연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왜 울지?”
“아프고 무서워서요. 저를… 물어 죽이실 겁니까?”
“죽일 땐 아프지 않게 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