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북극의 끝자락에서 길을 잃은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었다.
1909년, 북극점에 도달했다고 선언한 원정대 가운데 가장 앞서 얼음 위를 내디딘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 책은 오랫동안 역사의 그림자에 묻혀 있던 한 탐험가, 매슈 헨슨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어렸을 때부터 바다 위에서 삶을 배웠던 헨슨은 차별과 빈곤을 벗 삼아 성장했다. 그는 피어리 북극 원정대의 핵심 항해사이자 사냥꾼, 썰매꾼이자 탐사자로 누구보다 앞에서 눈보라 속을 헤치고 나아갔다. 영하 수십 도의 바람이 뼈를 부수고, 얼음이 발밑에서 갈라지는 순간에도 그는 단 한 번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북극점에서 가장 먼저 발을 디딘 이는 바로 그였다.
그러나 귀환한 뒤, 원정의 영광은 모두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기록되었다. 그의 업적은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역사 속에서 지워졌고, 헨슨은 긴 세월 동안 인정받지 못한 채 조용히 살아가야 했다.
'얼음의 끝에서: 북극을 정복한 최초의 흑인 탐험가'는 그 침묵을 깨는 책이다. 헨슨의 생생한 일기, 위험한 항로를 따라 이동하는 긴장감, 이누이트와의 교류, 얼음 대륙을 가르는 원정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눈보라 속에서 인간의 한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가능성이 태어나는 장면들이 탐험 문학의 정수를 이룬다.
이 책은 단순한 모험 기록이 아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역사의 첫 줄에 오르기까지, 진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야 했는지를 보여주는 증언이자 회복의 기록이다. 살아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북극에서, 한 인간은 결국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증명해낸다.
얼음의 끝에는 어둠이 없다.
그곳에는 오직, 잊히지 않으려는 한 인간의 뜨거운 발자국이 남아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