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캐서린 맨스필드의 '바닷가에서'는 뉴질랜드의 어느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단 하루의 시간을 섬세하게 포착한 소설이다. 소설은 스탠리와 린다 버넬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 친척과 이웃들이 동이 트기 전 안개 자욱한 새벽부터 달빛이 쏟아지는 깊은 밤에 이르기까지 겪는 순간들을 따라간다. 이 작품에는 뚜렷한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전통적인 줄거리의 흐름을 벗어나, 각 인물의 내면에 흐르는 미세한 감정과 의식의 흐름을 인상주의적인 필치로 그려내는 것에 집중한다.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 주부 린다의 생과 죽음에 대한 몽상적인 사색, 미혼 여성 베릴의 내면에 감춰진 사랑에 대한 갈망과 불안,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짓눌린 스탠리의 조바심, 그리고 지식인 죠나단의 실존적 고뇌가 파편적인 장면들 속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끊임없이 밀려오고 쓸려 나가는 파도와 장엄하고 무심한 자연의 풍경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덧없는 희망, 숨겨진 불안, 그리고 순간적인 깨달음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결국 이 소설은 거대한 서사가 아닌, 삶을 구성하는 찰나의 감각과 생각들이 얼마나 심오하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는 한 폭의 정밀한 심리 묘사이자 인상주의 회화와 같은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