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죽은 자의 마지막 저주는 풀 방법이 없다.
나를 사랑했던 스승은, 그 사실을 이용했다.
“네 뜻대로 살아가라. 자유롭게 사랑하며.”
욕망으로 얼룩진 손이 내 뺨을 쓸었다.
“단, 그 사랑이 네 마음을 알아챈다면—”
이죽거리는 웃음 아래, 벌게진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고통에 피를 토하다,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이다.”
몇 해가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 저주에 사로잡혀 있다.
아마 눈을 감는 날까지 풀리지 않겠지.
그래서 나는, 사랑을 할 수 없다.
아니, 사랑해도 말할 수 없다.
들켜서도 안 된다.
그렇기에, 자꾸만 다가오는 너를 피해보고자—
“나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누군데요?”
“죽었어. 한참 전에.”
몇 겹의 벽을 서툴게 쌓아올렸다.
그런데도 너는, 끝내 그 벽을 파고들어와 버린다.
부드럽고, 집요하게.
“그럼, 쌍방은 아니네.”
네가 피식 웃었다.
그 미소에 무작정 숨이 막혀왔다.
역시 내 사랑은—
꽤나 지독하다.
“그러니까, 계속 좋아해 볼게요.”
나를 좋아하지 마.
나를 포기해.
그러면서도 나는 네 옷깃을 붙잡고 싶었다.
결국, 엉뚱한 말만이 흘러나왔다.
“내가 호랑이 새끼를 들였구나.”
“불편하면 말씀하세요. 제가 좀—”
말이 끊기고, 네가 묘하게 웃었다.
“몰아붙이는 편이라.”
그 깊은 두 눈에, 오직 나만이 가득 차 있었다.
“사랑해 왔어요.”
“…….”
“2년 전부터.”
시선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래서.”
네가 천천히,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차마 막을 수도 없게.
“더 이상 여유를 부리기가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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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힐 수 없는 비밀을 묻고 살아가는 노야, 그리고 그를 향한 아이반의 오랜 짝사랑.
뒤틀린 운명에서 사랑과 집착의 경계를 넘어선 구원이 시작된다.
그 끝에서, 노야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