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색하고 불편했던 동창이 어느 날 내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올려다보기도 힘든 상사가 되어서. 그리고 미친 제안 하나를 했다.
“난 지금 이 결혼이 필요해.”
그 말에 어이없게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나한테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기 좋게 놔버릴 거야.”
빌어먹을 그런 말에도.
***
숨이 파닥파닥 뛰었다. 살을 비비고 입술을 먹고 먹히는 상황이 익숙할 만한데 그러질 못 했다. 밀폐된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니 또 달랐다. 그리고 이건 연출된 행동이 아니지 않은가.
“은서야.”
순간 무거운 정적 사이로 수혁의 말이 비집고 들어섰다.
“결혼 같은 거 하지 말까. 계약 같은 거 다 집어치울까.”
“끝내자는 말이니?”
“너랑 자고 싶다는 말이야.”
입술이 굳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혁이 자조 섞인 웃음을 내었다.
“서은서.”
그가 조용히 물었다.
“우리 연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