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강인건.
S. I. 가드 최고의 경호원.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그의 마음엔 씻지 못할 상처와 고통의 흔적 뿐.
하지만 어쩌다 경호를 맡게 된 망아지 같은 이 아가씨가……
자꾸만 웃게 한다. 자꾸만 설레게 한다. 자꾸만……
눈길과 손길과 발길을, 마음을 묶는다.
한은파.
서울지방검찰청 차장 검사의 외동딸.
차장 검사에 대한 폭력조직의 압력 때문에 뜻하지 않는 경호원을 거느리게 된다.
그런데 이 경호원, 잘생긴 건 둘째 치고 너무 무뚝뚝하다.
원칙적이고 사무적이고 딱딱하고 무섭고……
그런데……
그가 자꾸만 좋아진다. 어쩌지……
“설득을 하든 말든, 난 내 마음대로 할 거예요. 내 마음 가는대로 할 거야. 또 비겁하게 도망가고 싶으면 가 버려요. 내가 그냥 둘 줄 알고? 끝까지 쫓아 갈 거야. 빈말 아니에요.”
안다. 알고 있다. 인건은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지만 막아야 한다. 자신이 없었다. 나쁜 상대로부터 지켜내는 것 이상, 그 이상 이 아이를 웃게 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건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러운 생을 살아왔는지 스스로가 너무 잘 아니까, 그러니까.
인건이 은파에게서 두어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는 깍듯한 인사를 건넸다. 무언의 대답을 하는 것 같은 인건의 모습에 은파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미 들어갔다면 꺼내십시오.”
“나는요?”
“……”
“나는 오라방 마음속에 들어 있어요? 그래요?”
“……”
“난 못 꺼내. 꺼내고 나면 아무것도 안 남아. 그래서 못 꺼내요.”
왈칵, 울음이 터졌지만 은파는 용케 참았다. 이제부턴 강해져야 한다. 비록 자신 혼자만의 사랑이라 해도, 이를 지키려면 강해져야 한다. 강한 마음으로 지켜낸 사랑을, 인건은 언젠가는 알아줄 것이다.
금방 물러설 것 같으면서도 꿋꿋이 버티고 서 있는 은파가 인건은 안쓰러웠다. 자신처럼 못난 사람 때문에 이 아이가 얼마나 아플까, 막연한 생각만으로도 이는 죄악이었다. 은파와 마주 선 인건도, 인건과 마주 선 은파도 아무 말이 없었다. 사랑하지 마라, 애타게 외치고 있어도 이미 마음은 제동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달려야 한다. 여름을 부르는 늦봄의 바람이 창밖의 나뭇잎들을 흔들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