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주르륵!
급기야 그녀의 입가에서 실날 같은 핏물이 얼굴을 적시며 흘러내렸고, 몸이 점차 싸늘히 식어갔다.
너무도 갑자기 당한 엄청난 충격이 급기야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이었다.
하나 어둠 속의 사내는 여전히 자신의 몸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싸늘한 소녀의 시신 위에서 사내는 멈출줄 모르고 쾌락의 국차를 향해 헐떡였다.
천인공노할 죄악(罪惡)이 구문제독부의 깊숙한 내실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사내의 몸에서는 강인한 강철내음이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랐다.
한데 기이한 일이었다.
한 청순한 소녀를 강간한 사내의 눈에는 한 여인을 짓밟았다는 색마(色魔)의 쾌감이 아닌 운명(運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범죄(犯罪)를 저지른 듯한 죄책감, 그와 더불어 통한(痛恨)의 아픔과 비애(悲哀)가 서린 고뇌(苦惱)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묵묵히 해파리처럼 축 늘어진 채 죽은 전소희의 알몸을 내려다 보던 사내의 손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툭!
검은 물체는 나비가 춤을 추듯 그의 손을 떠나 전소희의 시신 위로 떨어져 내렸다.
이때 방문 새로 희미한 여명(黎明)이 사내의 뒷모습을 비쳐드는 것이 새벽이 밝아오는 것이었다.
새벽의 여명은 전소희의 시신 위로 떨어진 물체를 비추었다. 이제 막 개화(開花)하기 시작한 핏빛의 매화(血梅)가지였다.
전소희의 시신은 그로부터 두 시진 뒤에 방을 치우러 온 시비에 의해 발견되었다.
-아악! 아가씨께서……!
이 일련의 사건으로 막강한 세력을 지닌 구문제독부는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