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입술 좀 빌릴게요.”
시원이 알에이치그룹 창립기념 디너파티장 한쪽 후미진 구석으로 고운을 몰아세웠다.
두 사람은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시작부터 틀어지고 싶어요?”
“아니요. 결코. 절대 아니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피라미 한 마리에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반드시 지켜 내야 할 것을 위해, 이쯤이야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럼. 잠시.”
“네. 빌리세요.”
그가 그녀의 머리를 감쌌고 마침내 두 사람의 입술이 닿았다.
그와 입을 맞추던 그녀의 눈동자와 몸이 순간 굳어 버렸다.
왜, 한낱 연기일 뿐인 입맞춤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건데,
이러려고 옆집 교수님이랑 쇼윈도 연애한 거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