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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5.01.31 약 20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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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강준석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대지의 여신 서왕모와 천년동안 내기를 한 그. 인간으로 환생하여 천년 안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면 그는 무간지옥행이고 연인은 아귀지옥행이다.

하지만 인간으로 환생했기에 신선이었던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도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인을 기억하게 되고 환생에 환생을 거듭하며 여인에 대한 애끓는 사랑을 이루려 몸부림친다. 그런 그의 사랑을 여인은 마치 운명처럼 거부한다.

그리고 천년을 앞두고 태어난 마지막 생. 이번 생에서 사랑하는 여인은 그의 의부누나가 되었다.



이지우

부초처럼 이 남자에서 저 남자에게로 떠도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혼란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다. 당연 빨리 철이 들 수밖에 없었고 자연 사랑에 냉소적이 되어버렸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이고 미래다. 다행히 재벌 회장과 엄마가 재혼함으로써 그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화사하게 웃으며 다가온 의부남동생은 끝없이 유혹한다. 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그를 택하라고, 에덴동산의 뱀처럼 무지갯빛 비늘로, 꿀보다 더 달콤한 혀로 매혹한다. 금단의 과실을 취하라고.




-본문 중에서-


“누나?”

화사한 웃음을 머금었던 입술은 당황과 의문을 담아 그녀를 불렀다. 그런 준석이 미웠다. 그는 장난으로 그녀의 가슴에 돌을 던지지만 힘없는 개구리인 그녀는 그 돌로 인해 죽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잃을 것이다.

그러니까 돌 던지지 마. 잔잔한 내 가슴에 풍랑을 일으키지 마! 더 이상 설레게 하지 말란 말이야!

지우는 깨달았다. 준석이 왜 두렵고 피하고만 싶었는지…….

처음부터 그녀에게 있어 준석은 동생이 아닌 이성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녀를 향한 뜨거운 눈빛에 가슴 설레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당연했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는 남남인데, 더구나 준석은 남녀노소불문하고 누구라도 한 번 더 시선이 갈만큼 빼어난 미남이다. 그러니 당연 이성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이, 그녀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당연해서는 안 된다. 겨우 얻은 것을 지키려면 말이다.

이런 걸 화중지병이라고 하나? 아니면 금단의 과실?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금단의 과실을 먹고 낙원에서 추방되었다. 하지만 그건 무척 어리석은 짓이다. 지우는 절대로 금단의 과실을 삼키지 않을 것이다. 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싫다. 뱀의 혀보다 더 요사스럽게 유혹하는 뜨거운 눈빛이, 금단의 과실보다 더 매혹적인 준석이.

싫다, 너무도 싫다!

“내게 키스하고 싶니? 그리고 또 뭘 하고 싶어?”

“누, 누나 그게 아니야.”

준석이 그녀의 분노에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듯 안절부절 못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런 준석을 지우는 더없이 차가운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그녀가 아픈 만큼 그도 아프게 해 주고 싶었다. 배부른 자의 여유를 산산조각 내주고 싶었다.

“더러운 놈! 난 네 누나야! 아무리 친남매가 아니더라도 니가 내게 이래서는 안 돼지!”

“누나, 이, 이러지 마, 제발. 날, 날 그렇게 말하지 마.”

혐오감이 잔뜩 서린 그녀의 말에 준석은 고통스러워했다. 지우는 그런 준석의 고통마저도 배부른 자의 여유로 보여 가증스러웠다.

“뭘 그렇게 말하지 말라는 거야? 더러운 놈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아니면 내가 네 누나라는 말을 하지 말라는 거야?”

“아니, 아니! 아니, 맞아. 더러운 놈이라고 하지 마. 누날 사랑하는 내 맘이 어떻게 더럽다는 거야. 온전히 오직 누나만을 원하는 내 맘이?”

“더러워! 넌 날 누나라고 부르면서 사랑한다고 해! 세상 어떤 남매가 서로를 이성으로 사랑하니?”

지우는 분노와 혐오를 담아 여과 없이 소리쳤다. 그에 애원하던 준석 역시 화가 났는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두 눈에 담은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두 눈에 담긴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절망, 상처, 아픔…….

지우는 사람의 눈동자가 입으로 내뱉는 말보다 백배, 아니, 천배는 더 많은 말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을 준석의 두 눈을 통해 처음으로 알았다. 하지만 무시했다. 준석은 여전히 배부른 자였고, 그녀는 굶주린 자였으니까.

“난 추잡한 네 감정에 답할 마음 없어. 그러니까 나에 대한 감정은 접는 게 좋을 거야.”

“접지 못한다면?”

“표시 내지 마, 평생!”

그녀의 냉혹한 말에 준석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마치 두려운 무엇에 쫓기듯 방에서 뛰쳐나갔다. 준석의 뒤로 방문이 쾅하고 닫혔다.

그렇게 준석이 나가고 나자 지우는 스스로를 보호하듯 두 팔로 자신을 감싸 안았다.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부드럽게 속삭이며 은밀하게 접근하는 준석이, 무조건 들이대던 준석보다 더 무서워졌다. 아니, 그 뜨거운 눈빛에 삼켜질 것 같아서, 온몸이, 정신이 녹아내릴 것 같아, 참을 수 없이 두려워졌다.

이제 맹수를 조련하듯 준석을 조련하겠다는 처음의 생각 따윈 말끔히 지워 버렸다. 조련하기 전에 맹수의 아름다움에 빠져 스스로 먹이가 되고 말 것이 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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