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세계적 컴퓨터 운영체제인 MS사의 윈도우를 능가하는 소프트웨어 스페이스가 개발되었다. 그리고 3년 후 스페이스는 그것과 견줄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Word Domination사 스페이스의 창시자 강수호, 서른 살의 나이에 그 독보적인 위치에 서버린 남자.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신의 권력자, 하지만 그에겐 신의 능력대신 잃어버린 한 가지가 있었다.
[“사장님! ……절 좋아하십니까?”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좋게 봐 주신 것 고맙지만, 절 여자로 보지는 말아 주십시오. 그냥 고용인으로 봐주십시오. 대답이 되셨습니까?”
“이유는, 부족 한가…… 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부족한 건, 어울리지 않는 건 제 쪽입니다. 그럼.”
“내가, 내가 더 부족한 사람이라면 가능한 건가! 당신이 그랬지, 내가 신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그 대신 다른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혹 그 하나가 신의 능력보다 훨씬 큰 것이라면 그래서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가능하겠냔 말이다.”
떨고 있다, 이 사람. 목소리도 몸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도대체, 이 사람 왜 나 같은 것 때문에 이렇게, 신의 능력 대신 잃은 게…… 잃었다는 게, 뭘까!]
Word Domination사의 구내식당 영양사인 스물여섯의 서연우.
웃는 방법도 우는 방법도 아픔도 슬픔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TV도 보지 않는다. 영화도 보지 않는다. 식물도 보지 않는다. 동물도 보지 않는다.
자신 앞에 모든 것을 보지 않으려 했다.
[“이 바보 같은 여자야.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당신 바보야? 당신 바보냐고? 인간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게 뭔 줄 알아? 웃는 것이 아니라 우는 거라고. 아기들이 태어나면서 가정 먼저 배우는 우는 거. 우는 걸 먼저 해야 비로소 사람이 되는 거라고, 이 여자야! 그런데 너란 여잔 왜 안 우는 건데. 왜 울지 않는 건데. 아프면 울어야지. 손가락에 가시만 박혀도 아픈 법이다. 그게 사람 몸인 거라고…… 이렇게 상처가 났는데 어떻게 안 아플 수 있어. 어떻게…… 도대체.”
연우의 가슴으로 그의 쿵덕거림이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그것이 노랫가락인지 일정한 리듬을 타고 그의 심장 소리가 몸 안으로 새겨들었다. 그의 물기가 섞인 촉촉한 목소리가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훠이훠이 자유로이 날던 매 한 마리가 주인의 휘파람 소리에 사뿐히 그녀의 어깨 위에 내려선 것처럼 그곳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그것의 6개의 발톱이 슬며시 파고들었다. 이것보다 더 크게 자기 몸이 칼에 베인 때도 눈 하나 깜짝 않던 사람이 그것보다 훨씬 작은 다른 이의 상처에 애가 닳아 했다. 제 사방 접근을 막으려 으르렁 맹수의 기세를 떨치던 그가 그보다 아주 작은 하찮은 짐승을 보듬었다.
이 사람! 처음부터 맹수는 아니었다. 그보다 큰 동물을 잡아먹기 위해 제 작은 몸집을 부풀리고, 그리 부풀린 몸으로 저보다 더 큰 몸체를 입 안으로 삼키니 작은 몸에 잡아먹힌 큰 짐승들의 독이 올라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것이 한 번, 두 번, 여러 번, 이젠 그 독이 면역이 되어 그의 부풀린 몸체가 쉬이 꺼지지 않았다.
연우는 안겨 있는 수호의 품에서 그가 말을 하듯 줄줄 읽어냈다. 서서히 아파왔다.]
남자이지만 남자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지배하는 남자 강수호.
여자이지만 여자로 살아가지 않겠다, 세상을 닫은 여자 서연우.
이제 그들의 사랑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이수의 로맨스 장편 소설 『다행이다 사랑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