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첫 키스. 하지만 그것은 두 번째 키스이기도 했다.
우연한 만남으로 장난스럽게 미래를 약속한 소년과 소녀.
시간이 흘러 재회한 두 사람은 우연처럼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린다.
약속했던 기억은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그들은 또 다시 깊은 언약을 원하는데….
우리의 만남이 운명이 아니라면, 내가 그것을 운명으로 만들겠어.
▶ 잠깐 맛보기
「수현 씨는 좋은 사람인가요?」
「네? 그게 무슨…」
「대답해 봐요. 수현 씨는 좋은 사람인가요?」
그는 진지했다. 어딘지 모르게 아픔이 묻어나는 그 시선에, 수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 좋은 사람이고, 무엇이 나쁜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럼 나랑 가시버시 하겠습니까?」
가시버시. 그 말이 가슴을 때렸다. 수현의 둥그렇게 커진 눈이 그를 향했다. 갑자기 그의 등 뒤로, 미친듯이 나부끼는 분홍 꽃잎들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먼 나라의 꿈같은 정경….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오던 분홍의 꽃보라….
뭐지?
수현은 순간적으로 보이던 그 광경에 멍해졌다. 어째서 그런 풍경이 갑자기 보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머리를 흔들었다. 꽃잎들은 사라졌고, 그녀의 눈앞에는 단정하고 핸섬한 얼굴 하나가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 앉아 있었다.
「어떻게 그 말을 알지요? 그 말은 우리 할머니가 쓰시던 말인데…」
문득 수현은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은 이 남자를 언젠가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었나요?」
「왜 그런 걸 묻는 겁니까? 날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