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절대로 휘말리지 않으리라….
데보라 레덤은 사립탐정 언니의 지시를 착실히 따라 미심쩍은 사내를 감시했다.
그러나 자기가 염탐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이 남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선 처음부터 아무런 주의도 없었다.
그이 불가항력적인 키스를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에 대해서도….
마쉬 그레이엄이 결백함은 깨끗이 입증되었지만, 당황스럽게도 그는 데보라의 새로운 상관이 되었다. 그다지 바람직스럽다고 할 수 없는 직장상하관계의 출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마쉬는 데보라와 다른 형태의 사적인 관계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군."
그가 데보라에게 을러대듯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날 염탐하고 나에 대한 거짓말을 하고, 사진까지 찍는 걸 내가 이대로 참아주리라고 생각한다면, 내 한가지 알려주지. 당신이 하는 그런 짓을 처벌할 법이 있다는 것을."
"당신 같은 사람들을 처벌할 법도 물론 있을 테죠." 데보라가 부들부들 떨며 내뱉었다.
"그가 교활한 남자라는 걸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해. 사태를 왜곡시켜… 되레 날 비난하면서… 지금 위합적인 남자의 힘으로 날 협박하고 있어."
불현 듯 자신이 좁은 현관 홀에서 그가 내뿜는 분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와 바짝 마주 서 있다는 사실이 날카롭게 의식되었다.
"네겐 아무 위험도 없을 거야."
라고 언니는 말했었다. 하지만 데보라는 문득 그런 확신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