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블루

아픈 기억으로부터 도망친 상처 입은 여자, 이은수.
가족들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킨 외로운 남자, 김우진.

런던의 어두운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속절없이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이건 우리 둘만의 추억이에요.”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마치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엽서에 찍혀 있을 법한 런던의 맑고 반짝이는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우와, 정말 멋져요!”

은수는 바깥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우진은 그런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 예쁘네요.”
“맞아요. 우진 씨 아니었으면 졸업할 때까지 못 보고 한국에 돌아갔을지도 몰라요. 정말 고마…!”

맞닿은 시선 끝에서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잠시 멈춰 버린 호흡 사이로 진한 긴장감이 묻어났다.
마침내 입술에 닿은 낯설고 따뜻한 감촉.

“정말 예쁘다고…, 당신.”

우진은 눈도 깜박이지 못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예뻐서 견딜 수 없었던 건 저 밖에 흩날리는 야경이 아니라고,
내 앞에서 반짝이는 당신이라고.

《기다림 끝에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