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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20.05.03 약 16.1만자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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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왕의 후계자가 되지 못한 신의 표식을 지닌 왕족은 대대로 신을 불러 나라를 지켰다.
오랫동안 기다려 마침내 신의 선택을 받은 왕녀 희아.

“널 뭐라고 부르면 되느냐?”
“원하시는 이름으로 부르십시오.”
“그럼 널 ‘라운’이라 부르지.”

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고,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기쁨에 젖을 새도 없이
납치당한 왕세자를 찾기 위해 신과 함께 길을 떠나는데...

-본문 발췌-
“설마 그런 짓을 해놓고도 내가 라운에게 그 족쇄를 채우리라 생각했느냐.”
그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부왕에게 보이려는 의도가 강한 행동 같았다. 어째서인지 그게 조금 슬펐다. 온기가 아쉬워 그의 품에서 가만히 숨을 죽였다.
“라운 역시 바라는 일입니다. 그 아이는 왕가의 가장 충성스런 신하, 가장 자랑스러운 제 딸이니까요.”
아버지, 그렇지 않아요. 전 두려웠어요. 계속 무서웠어요. 숙부가 그렇게 죽어가면서 절 쓰다듬었을 때, 사람의 생피 냄새를 처음 맡았을 때부터 줄곧.
“라운이 그걸 바란다고? 좋다, 허면 내 물어보지.”
그가 돌연 나를 품에서 떼어냈다. 계속 붙어 있어서인지 한기는 들지 않았다. 맨살에 닿는 그의 손은 여전히 조금 차가웠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무얼 물을까.
내게 무엇을 물을까.
두려움과 기대감이 어지럽게 뒤엉킨다.
“족쇄를 원해?”
하염없이 그를 올려다본다.
한 번도, 지금까지 그 누구도, 내게 이런 것을 물은 적이 없었다. 그것은 내 운명이었다. 벗어나지 못할 굴레였다. 순종하는 것이 옳다 배웠다.
나는 이 아휼국의 충신, 부왕의 자랑스러운 딸…….
“너는 알 것이다.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하지.”
얼굴로 열이 몰린다. 심장이 엉망으로 뛴다. 반사적으로 부왕을 돌아보려고 했는데, 그가 손을 뻗어 내 뺨을 감쌌다. 고개가 그에게로 고정되었다. 그는 검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보지 마. 스스로 대답해야 한다.”
왕족에겐 책임이라는 게 있다. 정식 후계가 아닌 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자기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해.
나는 다행히 증표를 타고 났으니, 신을 부르고 그 신을 내 안에 받아 이 아휼국을 지키면 된다. 이 아휼국의 영원무궁한 번영을 이뤄내는 것이 내 삶의 사명이다. 모르지 않아.
그러나 기휘의 눈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아니, 깨닫는다. 다른 말을 하는 것은 기휘가 아니다.
그의 눈에 비친 나.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내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나는 아주 작고 낯설었다.
그 안의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가 떨고 있음을 알았다.
“아니요.”
달린 것도 아닌데 숨이 가쁘다. 가슴이 죄어온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한다고 해줬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지금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나는 숙부처럼 죽고 싶지 않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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