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블루

‘그녀의 소원’은 한 여성이 스스로 운명이라고 여겼던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린 글입니다.
글 전반에 거쳐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만,
반면 혈육이라는 면에 얽혀 갈등하는 내면이 표현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 글은 흔히 말하는 삼각관계가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여주인공인 유진과 우혁, 그리고 우혁의 애인인 상희가 중심인물처럼 보이지만, 이야기는 차츰 유진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우혁과 진욱으로 옮아갑니다.
어떻게 보면 꽤나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제 글의 주인공들은 부유한 환경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좋은 환경이라는 게 인간적인 갈등을 없애주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인 유진은 근본적으로 부모와 오빠라는 혈연으로 연결된 문제를 안고 삽니다. 이에 대치되어 유진의 진정한 가족이 되어 주는 것은 바로 어머니와 의절한 외가의 식구들입니다. 세상 무엇보다 자신의 회사가 먼저인 유진의 부친, 그런 남편에게 기대어 약한 모습을 빌미로 딸을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모친, 비뚤게 자란 부유층의 단면을 보여주는 유진의 오빠인 한진은 존재 자체로 유진의 발목을 잡는 인물들입니다.
이 글의 세 주인공 중 가장 좋은 환경에 나무랄 데 없는 부모를 가진 우혁은 오히려 그런 조건 때문에 인간미가 결여된 인물로 나옵니다. 부족할 것 없는 환경에서 바르게 큰 그에게 사랑이라는 열정적인 감정은 가치관을 배제할 정도로 무모한 짓을 하게 만듭니다. 비록 유진과 다시 이어지지는 않지만 그는 유진과의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비로소 부족한 면을 채울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에서 가장 비 현실적인 인물이 있다면 주저 없이 진욱을 꼽을 것입니다. 진욱은 여자라면 누구나 꿈꿀만한 애인이며 남편감입니다. 진욱이라는 이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글은 ‘로맨스’라는 장르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파경을 알고도 정략결혼에 뛰어들 정도로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유진을 설득하려면 최소한 진욱 정도의 인물이 필요한 셈입니다.
어찌되었던 이 글은 해피엔딩을 지향하는 로맨스이며, 불행한 과거를 행복한 미래로 바꾸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굳이 남녀 관계가 아니더라도 인간에 대한 신뢰, 가족에 대한 소중함, 타인에 대한 배려를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